삶과 기록 속에서 만난 ‘위험’ 이야기 —

제6편 기록의 공백

삶과 기록 속에서 만난 ‘위험’ 이야기 — 제6편 기록의 공백


기록은 남겨진 것만을 보여 준다.

적혀 있는 것들은 분명하고 또렷하다. 그러나 적혀 있지 않은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 보이지 않는 자리, 바로 그 공백에서 또 하나의 위험이 생겨난다.


제적등본을 읽다 보면 모든 것이 다 기록되어 있는 듯 보인다.

이름, 출생, 관계, 혼인, 이동. 일정한 형식 속에 삶이 정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기록 사이에는 분명한 공백이 존재한다.

이형순(李馨純)의 제적에서도 출생과 호주상속 사이에는 오랜 시간의 흐름이 놓여 있으나, 그 사이의 삶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이르게 되었는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기록은 결과를 남길뿐, 과정은 남기지 않는다.


이 공백은 단순한 빈칸이 아니다.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사이를 상상하게 만들고, 그 상상이 때로는 사실처럼 굳어진다. 기록이 말하지 않는 부분을 사람이 채우는 순간, 또 다른 왜곡의 가능성이 생겨난다.


이것이 여섯 번째 위험이다.

기록은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것을 남기지 않는다. 그 남지 않은 부분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기록의 이해는 달라진다.


따라서 기록을 읽을 때에는 적힌 것만이 아니라, 적히지 않은 것을 함께 보아야 한다.

무엇이 빠져 있는지, 어떤 부분이 비어 있는지, 그 공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연작은 그 공백을 그대로 드러낸다.

알 수 없는 것은 알 수 없다고 남기고, 비어 있는 자리는 비어 있는 그대로 둔다. 채워 넣기보다, 공백을 공백으로 인정하는 태도를 지키고자 한다.


남전이 기록을 대하는 태도는 분명하다.

없는 것을 만들어 넣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억지로 이어 붙이지 않는다.


기록은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을 인정할 때, 기록은 더 또렷해진다.


공백을 남겨 둘 때, 기록은 비로소 진실에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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