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편 읽는 순서의 함정
삶과 기록 속에서 만난 ‘위험’ 이야기 — 제7편 읽는 순서의 함정
기록은 위에서 아래로 읽힌다.
줄을 따라 내려가고, 항목을 따라 이해하며, 순서대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읽는 것이 익숙하다.
남전도 그렇게 읽었다.
제적등본을 펼치면 먼저 위를 보고, 다음 줄로 내려가며, 그 안의 내용을 자연스럽게 이어 붙였다. 의심은 없었다. 기록은 그렇게 읽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눈이 멈췄다.
같은 줄에 적혀 있는 두 날짜가 서로 맞지 않았다.
호주상속일 1962년 10월 14일
호주상속신고일 1968년 08월 31일
한 줄 안에 나란히 놓여 있었지만,
그 사이에는 여섯 해의 간격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기록은 붙어 있는데, 시간은 떨어져 있었다.
그 사실이 눈앞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기록은 줄을 따라 읽히지만,
삶은 그렇게 흐르지 않는다.
제적등본 한 장에는 서로 다른 시점이 겹쳐 있다.
출생, 혼인, 상속, 신고, 정정.
각각은 다른 때에 이루어진 일이지만, 한 종이 위에서는 나란히 놓인다.
그래서 생기는 위험이 있다.
같이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시점의 일로 받아들이는 순간
상속과 신고가 같은 날의 일로 읽히고
실제의 시간은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이것이 일곱 번째 위험이다.
읽는 순서의 함정.
위치가 아니라 시점을 보아야 한다.
어디에 적혀 있는가가 아니라 언제의 일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그 질문 하나가 기록을 바로 세운다.
남전은 그날 이후, 기록을 다르게 읽기 시작했다.
줄을 따라 내려가지 않고
시간을 따라 되짚는다.
붙어 있는 것을 떼어 놓고
떨어져 있는 것을 이어 붙인다.
그렇게 다시 놓아 보니
비로소 삶이 드러났다.
기록은 그대로였지만
읽는 눈이 달라지자 삶이 보였다.
이 연작은 그 눈을 세우는 과정이다.
같은 줄에 적혀 있어도
시간은 함께 흐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