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편 이름의 함정
삶과 기록 속에서 만난 ‘위험’ 이야기 — 제8편 이름의 함정
기록은 이름으로 시작된다.
한 사람을 확인하는 가장 빠른 길이 이름이기 때문이다.
남전도 그렇게 믿었다.
이름이 같으면 같은 사람이라 여겼고, 이름이 다르면 다른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시 멈추었다.
‘이정옥’으로 적혀 있는 부(父).
다른 기록에서는 ‘이재옥’으로 확인된다.
한 글자의 차이였다.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이름 하나로 사람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부가 달라지고, 계보가 갈라지며,
그 사람이 서 있어야 할 자리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기록 속의 이름은 사실이 아니라
사실을 가리키는 표지에 가깝다는 것을.
제적등본 한 장에는
창씨개명, 개명, 오기, 행정 기록의 착오가 함께 남아 있다.
그 안에서 이름은 흔들린다.
그래서 생기는 위험이 있다.
적혀 있는 이름만 믿는 순간
다른 삶이 끼어들고
본래의 사람은 그 자리에서 밀려난다.
이것이 여덟 번째 위험이다.
이름의 함정.
이름을 보되 이름에 머물지 말아야 한다.
그 이름이 가리키는 사람을 확인해야 한다.
출생, 관계, 시점.
그 세 가지를 함께 보아야 비로소 한 사람이 선다.
남전은 그날 이후 이름을 다르게 읽기 시작했다.
글자를 먼저 보지 않고
그 사람이 놓인 자리를 먼저 본다.
이름이 아니라
삶을 기준으로 다시 확인한다.
그렇게 하나씩 맞추어 가다 보니
흩어졌던 사람들이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이름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이제는 사람으로 읽히기 시작했다.
이 연작은 그 확인의 과정이다.
이름은 적혀 있지만
사람은 다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