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지능의 이름들』 제4편 한글 ‘인공지능’의

―혼입·혼용, 그리고 붙여쓰기의 고정

『인공지능과 지능의 이름들』 제4편 한글 ‘인공지능’의 길

―혼입·혼용, 그리고 붙여쓰기의 고정


한글 ‘인공지능’은 처음부터 하나의 길로 들어오지 않았다. 이 말은 번역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선택의 흔적이다. 일본의 人工知能(じんこうちのう진코-치노-)과 중국의 人工智能(réngōngzhìnéng런꽁즈넝)이 각기 다른 ‘지(知/智)’를 택해 정착해 가는 동안, 한국어의 ‘인공지능’은 두 계통을 함께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굳어졌다.


초기의 문헌과 보도를 보면 ‘인공 지능’이라는 띄어쓰기와 ‘인공지능’이라는 붙여쓰기가 함께 쓰였다. 설명적 표현으로는 ‘인공 지능’이 자연스러웠고, 명칭으로는 ‘인공지능’이 간결했다. 문제는 이 둘이 오랫동안 병존했다는 점이다. 병존은 곧 혼용을 낳았고, 혼용은 의미의 경계를 흐렸다.


여기에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한국어는 일본어·중국어와 달리 한자 표기를 일상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 결과 人工知能과 人工智能의 차이는 한글로 옮겨지는 순간 사라졌다. ‘지능’이라는 한 단어가 두 계통을 동시에 덮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한국어 ‘인공지능’은 특정한 철학을 담은 번역어라기보다, 국제 용어 Artificial Intelligence(아티피셜 인텔리전스)를 지칭하는 고유 명칭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붙여쓰기의 고정은 이 변화를 결정적으로 만들었다. ‘인공 지능’은 설명이고, ‘인공지능’은 이름이 되었다. 이름이 되는 순간, 그 말은 더 이상 쪼개 읽히지 않는다. 국립국어원 질의응답과 공공 문서, 교육 자료에서 ‘인공지능’이 표제어로 고정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회는 이 말을 분석하기보다 호출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 선택의 효과는 분명하다. 한국 사회에서 ‘인공지능’은 빠르게 고유 명사화되었고, 기술 담론은 속도를 얻었다. 그러나 그만큼 질문은 줄었다. ‘지능’이 무엇인지, ‘인공’이 어디까지를 뜻하는지에 대한 성찰은 이름 뒤로 물러났다. 혼입과 혼용은 정착을 낳았지만, 동시에 사유의 여백을 줄였다.


제4편의 요지는 단순하다. 한글 ‘인공지능’은 번역의 실패도, 성공도 아니다. 이는 선택의 결과다. 분석을 줄이고 호출을 택한 사회적 선택, 설명보다 명명을 앞세운 언어적 선택이다. 붙여쓰기가 고정된 순간, 우리는 편리함을 얻는 대신 질문의 일부를 내려놓았다.


다음 편에서는 이 선택이 낳은 효과를 본격적으로 비교한다. 같은 기술을 두고도 언어권마다 다른 윤리와 규범이 형성되는 이유를, ‘지능’이라는 단어가 놓인 자리에서부터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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