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란 뭘까?

가짜 전쟁을 멈추고, 나의 자리에 뿌리내리기

by 물결

교사를 그만두고 뛰어든 사업. 그리고 8년간의 사업과 가슴 아픈 실패, 그리고 그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교단과 육아의 밑바닥 경험은 나에게 새로운 안목을 선물했다. 나는 비로소 '겉모습'이 아니라 '알맹이'를 보게 되었다. 돈과 명예로 엮인 관계들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보며, 나는 과거의 내 꿈이 얼마나 불안한 모래성 위에 지어졌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남편은 퇴사를 앞두고 있었다. 초과 수당도 받지 못한 채 주 7일 근무를 이어오며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다. 나는 그 옆에서 방법을 찾으려 했다. 오너 일가와 대화하고, 조건을 조율하며 '이제 좀 나아질지도 몰라' 하는 이성적인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남편은 단호했다.

장을 보던 마트 안에서 난 그에게 물었다.

"내가 그들과 이야기하며 큰 결과를 내길 바란 거 아니지?"

그는 이미 체념한 듯 말했다.

"아니지, 내가 5개월이나 외쳤는데 자기 말로 바뀌겠어? 그랬으면 내가 세상 편하게 살았겠지."

남편의 체념은 곧 나의 무력함이었다.


마트에서 집으로 걸어오는 길, 혼란스럽고 슬픈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가 집에서 어떻게 해 주길 바라?"

그 짧은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날아왔다.

"집도 좀 치우고."

그 말 한마디에 내 안의 피로와 서러움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집? 지금 일하고 아이 보고 치우기까지 하라고? 이게 내 최선이야! “

“물어봐서 대답한 거잖아! 나도 이게 최선이야!”

남편은 속상한 나에게 곧이어 외쳤다.

"내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회사에 다니고 있음을 알아달라고! 내가 원해서 집에 와서 못 도와주고, 늦게 오는 게 아니야!"


나는 놀랐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 싸우지 말자. 한편이야. 우리는 팀이니까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자."

남편은 말이 없었다.

집에 도착해 마트 짐을 냉장고 앞에 내려놓았을 때, 억지로 부여잡던 최선이라는 껍데기가 벗겨졌다.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나는 말했다.

“나 좀 안아줘.”

남편은 말없이 나를 안았다. 나는 남편의 품에서 지안이는 내 눈물을 보며 같이 울었다. 그 순간, 세상의 모든 시끄러운 소음이 멎었다. 울면서 서로가 외쳤던 "나도 최선이야"라는 말이 비로소 위로가 되었다. 누가 옳고 그르냐 보다, 우리가 얼마나 이 지난한 시간을 함께 버텨왔는지가 더 크게 느껴졌다.


돌이켜보면, 그건 한 시간 남짓한 부부의 대화였다. 하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함께 걸어온 지난 시간의 농도가 모두 담겨 있었다.

그 다음날 아침. 남편이 누워있는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 소리에 아이들까지 모두 깨어나 웃었다. 비로소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성장은 꼭 새로운 걸 이루는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무너지고, 오해하고, 울면서도 다시 손을 내미는 일이었다. 이성과 감정, 갈등과 화해, 그 사이를 오가며 우리는 서로의 '최선'을 인정하고 다시 '한 팀'이 되는 법을 배웠다.


진정한 성공은 불안한 외부의 명함이나 화려한 성과가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아이들의 눈빛과 내가 진심을 쏟아낸 자리에서 피어나는 '연결'에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연결의 중심은, 서로를 놓지 않으려는 부부가 만든 단단한 가정이었다.


“성장은 멀리서 오는 게 아니었다. 바로 매일의 집 안, 서로를 놓지 않으려는 그 순간에 있었다.”


이 깨달음이야말로 내가 인생 밑바닥에서 건져 올린 가장 찬란한 보물이며, 앞으로 나만의 방식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가장 단단한 뿌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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