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언어 2
지난 글에서 언어가 감각 정보를 담는 그릇임을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그 언어가 우리 아이의 뇌라는 하드웨어 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들여다보고자 한다. 인간의 사고 과정은 하나의 정교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과정과 닮아 있다.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하드웨어라면, 언어는 그 위에서 구동되는 프로그램이자 세상을 해석하기 위해 아이가 직접 작성하는 '코드(Code)' 그 자체다.
모든 프로그램의 기본은 입력(Input)과 출력(Output)이다. 아이의 언어활동 역시 이 효율적인 메커니즘을 충실히 따른다.
듣기와 읽기(입력) : 좋은 프로그램이 풍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동하듯, 아이들은 듣기와 읽기를 통해 생각의 재료를 쌓는다. 양질의 텍스트를 접하는 것은 곧 아이의 사고 체계에 고성능 데이터를 입력하는 과정이다.
말하기와 쓰기(출력) : 축적된 데이터를 가공하여 결과를 내놓는 단계다. 특히 쓰기는 머릿속의 막연한 생각을 정교하게 다듬어 논리적인 코드로 변환하고, 누구에게나 전달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형태로 완성하는 가장 고차원적인 코딩 작업이다.
코딩을 할 때 작은 기호 하나가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가르듯, 언어에서도 단어의 선택과 문장 구조의 디테일이 사고의 수준을 가른다.
시각적 풍경이나 공간적 감각 같은 감각적 정보들도 언어라는 재료를 만날 때 비로소 의미가 담긴다. "슬프다"라는 뭉툭한 표현을 사용하는 아이와 "상실감으로 인해 가슴 한구석이 허전하다"라고 정교하게 표현하는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처리하는 프로그램의 성능부터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언어적 디테일을 익히는 것은 복잡한 세상을 논리적인 순서로 재구성할 수 있는 사고의 알고리즘을 체득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성능이 좋은 프로그램이 복잡한 연산을 순식간에 처리하듯, 인간은 고차원적인 언어 역량을 통해 깊은 사고의 단계로 진입한다.
'민주주의', '공감', '균형'과 같은 추상적 단어들은 수많은 맥락과 정의를 압축해 놓은 일종의 고성능 기능과 같다. 이 단어들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아이는 복잡한 문제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핵심을 짚어낸다. 반면 어휘력이 부족한 아이는 매번 기본 개념을 풀어서 이해하느라 에너지를 다 써버려, 정작 중요한 깊은 사고 단계로 나가지 못한다. 결국 수준 높은 언어능력은 아이의 머릿속에 가장 효율적인 사고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는 것과 같다.
우리는 언어 외의 심상이나 감각, 직관적 통찰 같은 수단을 통해서도 심오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통찰과 깨달음은 음악이나 미술 또는 신체를 사용한 예술로도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일상적인 상황에서 표현의 수단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언어라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가치를 강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아이의 언어가 단순하다면 그 아이가 실행할 수 있는 생각의 프로그램도 단순한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언어 교육을 단순히 문장을 읽고 쓰는 기술이 아닌, 아이의 삶을 설계하는 '사고의 코딩' 과정으로 바라보자. 부모와 교육자가 건네는 세밀한 언어 하나, 깊이 있는 질문 한 줄이 아이의 뇌라는 하드웨어 위에서 가장 강력한 지혜를 실행시킬 열쇠가 될 것이다.
오늘은 생각을
한 스푼 얹을까요?
아니면 한 스푼 덜어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