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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욕망 말하기 : 우리의 실패담이 넘쳐나기를

남미새 페미의 섹슈얼리티 탐구 칼럼 #12

by 은나


지난 열 한 편의 글, 그리고 그 글을 쓰면서 쌓였던 메모들을 모두 다시 읽어보았다. 다른 곳에 쓰겠지 하고 Ctrl+X 해서 옮겨두었다가, 어디에도 넣을 구석이 없어서 버려진 문장들이 있다. 맥락을 벗어나버렸거나, 때로는 지나치게 구체적이라서, 반대로 너무 납작해져서 지루해진 이야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서 글 바깥에 꽁꽁 숨겨지고 감춰진 글자 뭉치들.


- 프로필에 내가 일하는 분야도 적어두었는데, 사업을 하는 남성이 나에게 마케팅 컨설팅을 의뢰해서 갑자기 광고 외주 일을 한 적도 있다. -> 맥락을 벗어난 틴더 썰. 재밌지만 너무 산으로 가서 삭제.
- 그렇게 여성들이 자신의 섹슈얼리티와 불화하고 욕망의 언어를 잃어버리는 동안, 남성들은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모순 없이 받아들이고,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 데 제약이 없는 삶을 누린다. 그러면서 여성에게 말한다. “너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너랑 섹스하려고 할 텐데, 부럽다”고. 나는 남자들이 더 부럽다. -> 지나치게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감. 그리고 남성들도 모순이 없지는 않을 테니 삭제.


글쓰기의 잔해를 뒤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 삶에서 ‘섹슈얼리티’ 역시 오랫동안 그렇게 실패하고 버려져온 거 아닐까? 결혼과 출산은 섹스 없이 (거의) 불가능한데도 불구하고, 낮은 출생률로 온 나라가 난리 난리를 치는 것에 비해 (포궁을 가진 당사자인) 여성들의 섹슈얼리티 문제는 굉장히 비가시적이다. 유럽에서는 청년의 주거권이 ‘안전하게 섹스할 권리’와 직결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 말이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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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이야기는 이후 책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간 소식은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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