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매달려 있던 은행잎들이 우르르 몰려 떨어질 때
그렇게 내 발등에 닿을 때
우산을 아무리 뒤집어써도 앞으로 뒤로 날려온 때
우중충했던 하늘이 결국에는 비를 내리면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은행잎들을 덮친다
새카맣지도 그렇다고 결코 밝지도 않은 하늘이 먹구름을 잔뜩 몰고 온다
발이 닿지 않는 의자에 앉아서
사람들의 걸음을 본다
표정을 본다
그들이 들고 있는 외투와 우산의 색깔을 본다
나는 고요히 앉아
나른한 음악을 듣는다
저들의 발걸음은 바쁘고 많은 소리를 낸다
은행잎들이 밟히고 치여서 물웅덩이 안으로 깊게 빠져버린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저 웅덩이도 얼어버릴까?
사람들 발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저 은행잎도
사라져 버리겠지?
방금 전 깨끗하게 쓸어둔 은행잎들이 무색하게도
바람이 요동을 치며 길가에 또다시 떨어진다
겨울이 오면 사라져 버릴 텐데
늦은 가을과 이른 겨울 사이에서
내가 좋아하는 옷의 향기를 맡으며 생각한다
환영받지 못하는 겨울이 있을까?
가을이란 내게 반갑지 않은 계절이어서
몇 번이고 그 계절을 밀어냈다
그래도 기어이 내게 다시 오는 계절이었지만
지나면 겨울이 온다
이 미운 가을이 지나면 내게만은 포근한 겨울이 온다
그리고 이 짧은 가을의 빛나는 소식을 기대하는 누군가도 있겠지
사랑하는 겨울이 오면
밉기만 한 계절에 고마움을 표할 수도 있을 거라고
당신이 사랑하고 좋아하고 편애하는 그 계절이 오길
이 미운 계절이 잘 지나가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