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렸을 때 여름을 좋아했다.
한여름에 태어난 나는 물이 좋았고, 그 뜨거운 방학이 너무 좋았다.
집 앞에 있는 바다보다 계곡이 좋았고, 튜브를 끼고 파도를 타는 것보다 맨몸으로 빠지는 걸 좋아했다.
지금의 난 그때와 다르게 여름이 달갑지만은 않다.
생일은 이제 특별한 날로 느껴지지 않고, 좋아하던 계곡을 누렸던 방학은 직장에서 1년 중 가장 바쁜 날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늘 기대했던 생일과 좋아했던 여름을 몇 년 동안 데면데면 보내고 나니 애정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그런 글을 봤다.
여름은 동사의 계절이란다.
뻗고, 자라고, 흐르고, 번지고, 솟는단다.
그래서 내가 예전에 그 여름을 사랑했나
그렇게 맨몸으로 설레었나.
그 동사들을 사랑해서, 내가 그래서 그토록 기다렸던가 싶다.
엄마가 나에게 준 삶의 동사.
미세한 푸르름, 결국에 또다시 싱그러운 나의 계절.
생명들과 함께 태어나 자라난 나의 수많은 여름.
나를 푸르게 만든 나를 사랑한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