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째, 하고 싶은 일 도장 깨기

거기에 '배우'가 있을 줄을 알았지만 '엄마'가 있을 줄은 몰랐다.

by 이태영

나는 태어나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단 하나도 도전을 안 해본 것이 없다.

(태어나서부터 허용이 많았던 부모님 덕에 43년이라고 적을 수 있었다.) 그중에는 눈에 띄게 이루어진 것도 있고, 아직 현재 진행형인 것도 많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먹었으면 하고, 한다면 한다!는 것이다.


나는 파워 E(격한 외향인)이다. 내 친구 남편은 자신의 아내이자 내 친구인 그녀와 함께 나와 밥을 먹고 집에 가서 나에 대한 소감을 말했단다. (둘이 결혼한다고 청첩장을 들고 와 같이 밥을 먹었는데, 아직도 그분의 충격에 휩싸인 표정이 뇌리에 박혀 생생하다.)


"그분은 그냥 E가 아니라 트리플 E에 숨겨진 E기능이 따로 더 있는 분 같아."


나랑 밥 먹을 동안 얼마나 기가 빨렸을지, 안 봐도 훤해서 그 문자를 읽고는 푸핫 웃음이 나왔다. 같이 밥 먹다 도망가지 않아 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어쨌거나 이 기능 덕분에 전국에 강연도 다니고 배우 일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연령과 직업별로 다양하게 만나고 있으니 나는 이 기능이 정말 마음에 든다.

(다만 그 이후로 내향인 분들을 만나면 스스로 내향인이 되어 몹-시 편안하게 해드리고 있다. 누구든 만나자. 이래서 배우 일이 좋다. 에너지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장착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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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워낙 말도 너무 없고 심각을 넘어 '지나친' 내향인이었다고 하니,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부모님이 걱정이 많으셨다고 한다.

하루에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던 그때의 내 마음 상태가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기억이 난다.

그랬던 내가 차츰 이렇게까지 바뀌게 된 계기, 그리고 하고 싶은 일에 주저 없어진 비결을 생각해 보니 이렇다.

1. 워낙 커갈수록 집에서 요리를 하다가 쌀을 엎어도, 명절 때 만든 만두가 똥 모양이어도 기발하고 신선하다며 그 안에서 좋은 점을 찾아주신 부모님 밑에서 자란 환경 탓에 자존감 매년 상승.


2. 컨테이너 박스에 살 정도로 집이 가난했다 보니 아르바이트를 다양하게 종류별로 해보며 온갖 서러움과 성취감에, 돈 주고도 못 살 것 같은 깊은 내공이 생김.


3. 전교 꼴찌였던 내가 중앙대학교 연극 학과라는 명문대에 합격하면서 내 인생의 역전이 시작 되었을 때

오히려 내 안에 찌들어 있던 비교 의식과 자기 연민들을 보며 멘탈 강화의 강력한 꿈이 생김.


4. 많은 오디션에서 탈락하고 합격해 보며, 좋은 일과 나쁜 일을 다 견뎌보고 인내해 보며,

언제는 내가 최고였다가 내가 별 볼일 없어 보일 땐 떠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사람의 마음은 완전하지 않구나를 알게 되며, 사람은 사랑할 대상이지 믿음의 대상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됨.

(그럼에도 여전히, 배신당하더라도 믿음을 택하고, '사랑을 하면 결국 믿어주고 싶어 지는구나' 하는 이 삶이 행복하긴 하다는 것도 알게 됨.)


5. 그리고 결국, 사람들은 나 자신 외에 생각보다 다른 사람에겐 정말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다른 사람을 몹시 의식하던 습관이 현저히 낮아짐.


마지막. 임신 7개월 때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시며, 가장 사랑하는 대상을 뱃속에 품고 있을 때,

가장 사랑했던 대상을 떠나보내며 겪었던 그 길고 고통스러우며 황홀한 시간들을 통해 오늘 당장 죽어도 좋고, 오늘이 가장 행복한 미련 없는 삶을 살아가게 됨.


사람이 무섭지 않게 되었고, 사람이 가장 소중하게 되었고, 사람으로 살아가게 되며, 사랑이 전부다라는 것을

느끼니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음 글에는 내가 어떻게 이렇게 까지 인류애가 상승하게 되었는지 더 자세한 비결을 나누고자 한다.

인류애가 상승하면, 세상은 쉽다.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게 쉬울 줄, 그때는 몰랐다.


나이 43세. 일찍이라면 일찍이고 늦다면 늦은 이때의 삶에 대한 앎.

그것을 나누고자 한다.

세상은 생각보다 아주 많이, 살아가기에 재미난 곳이다.

같이 갈 사람, 여기 붙어라.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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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 보다, 사람이 좋다. 나는 여전히 사람으로 인해 아프고 다쳐도, 사람이 참 좋은 사람 바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