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뭐가 문제일까?

소년이 온다를 다시 읽으면서...

by 이은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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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뭐가 문제일까?
나라를 위해 잔인한 고문을 받다 영원히 불구가 된 채로도 살아가던 사람도 있는데
내 나라 말로 詩썼다고 소금물을 주사 맞아 자꾸만 바보가 되어간다고 스스로를 자책하던 고결한 청춘도 있었는데
나라를 위해 그 한 몸에 폭탄을 짊어지고 적군의 탱크로 돌진했던 열여섯 초록 잎새도 있었는데

나는 뭐가 문제일까?
이유도 모르고 새벽기도를 다녀오던 길에 곤봉에 맞아 더 이상 숨을 쉬지 못하는 새신랑을 보며 머리채를 잡힌 채로 끌려가서 어찌 되었는지도 모르는 그녀도 있었는데
부당한 부패에 맞서다 처참히 군홧발에 짓이겨진 청춘도 있었는데

나는 뭐가 문제일까?
아무 죄도 없이 따르던 무리에게 팔리우고
결국은 유리채찍에 맞아 살점이 떨어지다 말라붙은 피를 닦지도 못한 채로
자기 몸 보다도 큰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길을 오르며
최후의 순간에도 저들의 죄를 용서하라 기도한
예수 그리스도가 있었는데

나는 뭐가 문제일까?
배부르고, 자유하고, 지금도 계속 살아가고 있는데
누군가의 숭고한 희생으로
여적지 따순밥 먹고, 잘 살고 있는데...

부끄럽기 짝이 없는 나는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 《소년이 온다》를 다시 읽으면서...
2024년 10월 21일 월요일 오전 11시가 지나갈 때...






추신.

이은희 시인의 연재 브런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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