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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Aug 30. 2021

영어학원/출강교육의 이면 #1

지나가는 생각들

2000년대 초반 국내 최대의 영어학원의 (기업고객 대상) 출강 사업부에서 프로그램 및 고객관리 프로그램을 만들고 200여 명이 넘는 강사님들을 관리하고 운영했던 관리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2000년대 중반부터 저를 포함한 세 명이 창립한 기업고객 대상 출강 사업체를 지금까지도 운영하는 매니징 파트너의 입장으로, 영어 출강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해 드리고자 합니다. 해가 갈수록 그 quality 가 나아지지 않고 나빠지는 점과, 이와는 반대로 비용은 높아져만 가는 현실을 반영하여 학원/출강교육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지난 2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직접 경험한 사실에 바탕한 이야기임을 알려드립니다. 다만 누구라도 어느 주제와 관련된 사실을 알려주는 경우라도 이것이 전체를 대변하지 않음은 당연하겠지요.


문제점 1: 고객사의 업체 소싱 방식


학원의 경우는 나중에 다루고 우선 출강교육의 경우, 일반적으로 기업체의 교육팀 또는 인사팀에서 회사 내부에서 니즈가 있을 경우 외부업체들 중 가장 적합한 service provider를 소싱한 후 연락을 하여 제안서를 받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러한 소싱 과정은 사실 비용이 가장 큰 조건이 되며, 시간당 비용이 낮으면 낮을수록 교육팀 또는 인사팀 담당자에게 어필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교육팀 또는 인사팀 담당자는 일반적으로 낮은 직급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심지어는 사원급, 높아도 과장급) 이들이 교육적인 면도 보겠지만 아무래도 비용이 낮아야만 업무보고 시 다른 말을 듣지 않을 확률이 높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겠지요. 결재를 받는 대상 (부장 또는 이사, or above) 도 사실 같은 맥락으로 업체 선정을 한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출강 업체의 명성 또는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조건이 됩니다. 이유는 위와 비슷한데, 대형업체 또는 잘 알려진 업체를 선택할 경우 risk 가 줄어든다는 점이 두각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risk 가 어떤 risk 인지: 나중에 교육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 교육팀 또는 인사팀 담당자가 가져야 하는 책임에 대한 risk 인지, 아니면 대형업체 또는 잘 알려진 업체가 교육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할 경우의 수가 낮다는 점인지는 각 교육팀 또는 인사팀 담당자 또는 회사의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요.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몇 있습니다. 우선 국내 최대의 어학원에서 실무를 책임자로 담당했고 또 국내 대표 외국계 기업의 전사영어교육을 10년간 독점으로 했던 제가 당시 제공했던 교육의 내용과 운영의 전문성, 그리고 강사의 질을 예를 들어 지금 제가 운영하는 업체의 교육의 내용 및 강사의 질을 비교한다면 (1) 교육의 질은 교재의 정도에 미세한 차이를 제외하고는 거의 동일하고 (2) 강사의 질 또한 지금은 업체마다 다르기에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고, (3) 운영에 있어서도 거의 동일합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이후 에피소드에서 다시 설명합니다).


비용의 경우 대형업체가 비쌉니다. 지금은 시간당 대략 80,000원에서 150,000원까지 다양합니다. 1개 반 기준입니다. 인원은 특별히 한도는 없지요. 회화반이냐, 임원반이냐, 특수목적의 반이냐에 따라 업체에서는 단가가 다르다고 하지만, 사실 테스트 준비 목적의 반 (오픽이나 토익 등) 이 아닌 이상 단가의 차이를 정당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자체 교재가 있는 국제적인 명성이 높은 업체일 경우 더 높지요. 교재비용은 또 따로 내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을 보면 실제 비용은 더 올라갑니다.


한 예로 A라는 대형업체가 고객사 임원교육을 하기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를 들겠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모든 출강 업체가 사용하는데, 이들이 보통 사용하는 sales pitch는 (1) 정형화된 교재 및 과정  (2) 엄선된 강사, 그리고 (3) 정기적인 관리입니다.


우선 교재/과정과 관련하여 정형화된 교재 또는 과정은 (이미 다들 아시지만) 한두 달 하다 보면 예전에, 심지어는 10여 년 전에 했던 류의 교재와 비슷한 것으로 느껴지고 (have+pp 류의 내용 또는 survival 영어같은, 결국은 암기), 6명 이상이 되는 밀집도 높은 반에서 1시간동안 말을 하는 경우는 뜸하고, 결국 실제적으로는 발전도 없는 듯 하지만 그나마 매 수업마다 페이지 진도만 채우면 왠지 뭔가를 한 것 같은 만족감에 6개월쯤은 견디다가, 결국은 성과도 없고 흥미도 없고 일도 밀려서 흐지부지되고, 강사의 경우 (다는 아니나) 이런 점을 이미 잘 알고 있지만 학원의 방침상 그저 교재에만 충실하고 주어진 계약기간 (3개월이건 6개월이건)을 채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일부 유능한 강사는 자신의 자료를 써서 강의를 재미있고 유익하게 하지만 학원 측에서는 정형화된 교육을 고객사에 팔았기 때문에 (약속했기 때문에) 강사에게 이를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고 하지요. 하지만 수업장에서는 암암리에(?) 강사님과 학생 간의 동의 하에 강사님의 자료를 쓴다거나 그저 교재는 슬그머니 제껴두고 말하기 연습 또는 강사의 신상이야기만 하는 연예인 방송같은 반으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착한 한국 학생들은 실력이 늘지 않을 경우 자신을 탓하는 경향이 대부분이고 (사실 주 2회 수업해서 무슨 영어가 늘겠습니까?), 그리고 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지적을 하는 학생을 경험상 5% 도 보지 못한 것을 보면 참 묘한 조화라고 볼 수 있지요.


엄선된 강사는 사실 미스터리입니다. 하지만 고객사에 시간당 80,000원에서 150,000원을 청구하는 요즘의 단가, 여기에서 강사에게 40,000원에서 많아야 80,000원을 지불하는 구조에서 엄선된 강사의 차이는 시간당 30,000원 정도인데, 사실 일반 재미교포 강사 (경력 2년 이하)의 경우 4만원 ~ 5만원, 그리고 수년간의 경험을 가진 미국인/캐나다인 강사는 70~80,000원을 지불하는 정도에서는, 그리고 교재나 특정 교육의 틀을 엄수해야 한다는 대형업체들의 방향성을 감안하면 4만원짜리 강사나 8만원짜리 강사의 차이는 이 사람이 한국혈통이냐 아니면 진짜 미국인/캐나다인이냐의 차이일 뿐, 강사의 질적 차이를 보기는 영어를 잘 배운 한국 태생의 교포 vs. 원래 미국인/캐나다인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관리의 경우는 월간 보고서, 개인 통지표 등을 real time으로 site를 통해 받을 수 있고, 분석까지 해 주는 것, 그리고 정기적인 방문과 상담, 또는 단기과정의 경우 담당자가 site에 상주하는 정도인데, 이게 교육에 기여하는지는 의문입니다. 보고서는 보고서 역할만 하고 교육팀과 인사팀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출석표일 뿐 - 성적표는 사실 오픽이나 토익 같은 공인된 점수가 아니면 의미가 없지요. 어느 고객사의 경우 10만원을 주고 학원에 수강료를 낸 영수증만 내면 된다는 곳도 많습니다 - 이 방식이 교육이 제대로 될 리가 없지요. 분석자료도 사실 숫자의 의미일 뿐 그것이 영어평가를 하기엔 너무나 주관적이지요. 정기적인 방문 또는 상주 또한 이들이 과정을 더 좋아지게 하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것이 그 높은 비용 (지금은 대략 80,000원에서 150,000원까지 다양합니다)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그리고 교재비용은 학생 부담이라 가정한 후 강사비용을 제외한 50% 에 달하는 gross margin 이 이들의 관리비용으로 지불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이 고객사 담당부서에서 고려가 되지 않은, 아니, 고려를 하기엔 다른 일들이 너무 바쁜 결과가 지금의 한국 성인 영어의 불쌍한 수준을 일부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강사님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 후엔 학생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 예정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가 20년에 가까운  기간을 통해 이 분야에서 일한 경험에 의거한 이야기일지라도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음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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