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사랑들을 생각해 봅니다. 마치 그때로 다시 돌아간 듯 마음속이 푸근해지고 저절로 웃음을 짓게 하는 대상이 떠오른다면 행운입니다. 다행한 일이지요. 이와는 반면 생각 속에 떠오를 때마다 고개를 저으며 그 대상의 기억을 빨리 떨치고자 애쓰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드문 경우가 되겠지만 불현듯 생각 속에 떠오르는 그 사람이 한없이 그리워지고, 허공에 손을 들어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신기루처럼 아쉬워지며, 같은 세상을 살고 있어도 이제는 그 어떤 이유에서도 함께 할 수 없다는 현실에 마음 깊은 곳이 저리는 듯 아픈 경우도 있지요.
가수 장철웅 씨의 노래 "그때는 왜"를 들을 때마다 한없이 그리워지는, 마음 한 구석이 얼어버린 듯 저린 아픔을 주는 사람이 생각나게 됩니다. 90년대 한국 드라마 "서울의 달"의 soundtrack으로 쓰였던 곡이었지요? "낡은 책 속에 얼굴을 묻고 긴 한숨 쉴 때면 새하얀 먼지 속에서 지난날 내 모습을 만나네"라는 가사를 들을 때마다 예전 어느 시점의 제 모습이 변함없이 떠오르곤 합니다. 이 부분의 가사는 극 중 채시라 씨의 배역이 어느 날 밤 방에 앉아서 멍하니 한석규 씨의 배역을 떠올리는 순간에 자주 흘러나왔던 것으로 기억됩니다.드라마 후반에서는 그 반대로 이 남자가 그 여자를 그리워하는 장면에 삽입되기도 했지요. 사랑은 이렇게도 아이러니합니다.
사람들 모두 집을 찾아서 하루를 끝내고
언제나 그래 왔듯이 습관처럼 잠들어버린다
낡은 책 속에 얼굴을 묻고 긴 한숨 쉴 때면
새하얀 먼지 속에서 지난날 내 모습을 만나네
방황하던 날 위해 기다려준 것은
변함없는 시간과 그대의 마음뿐
그때 왜 난 그것을 알지 못하고
멀리만 떠나갔을까
돌아와 알게 된 소중함을 느껴도
이제는 늦은 후회뿐
가까운 건 모두 다 내 것이 아닌 듯
고집스러운 눈으로 세상을 보았지
그대 날 위해 흘렸던 많은 눈물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돌아와 알게 된 소중함을 느껴도
이제는 늦은 후회뿐
이제는 늦은 후회뿐
2004년작 "안녕! 유에프오"라는 영화의 장면들을 엮어서 편집해 보았습니다. 배우 이은주 씨의 모습이 아련합니다. 왠지 이 영화에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되어 만들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