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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May 28. 2022

"상심의 거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


가수 이광조 님과 그의 노래를 마음으로 기억하고 부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합니다. 그에게는 유명한 노래들이 참 많았지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 "세월 가면, " "빗속에서, " "오늘 같은 밤, " 그리고 "갈 수 없는 나라"를 포함하여 꽤 아름다운 노래들을 부른 분입니다. 이미 70세가 넘은 분이지만 아직도 romanticist 인 듯합니다 - 이는 그의 애정사가 그랬다는 것이 아닌, 그의 노래를 80년대부터 들어온 사람이라면 그의 노래와 삶에서 충분히 읽어낼 수 있지요.   


아직까지도(?) 미혼이라는 이 분, 그리고 그의 황금기 시절에도 사람들 앞에 나서기가 쑥스러웠다고 합니다. 노래를 상업적으로만 하기가 싫으셨던지, 매니저도 두지 않았다고 하고 (지금도 그렇다는군요) 그래서인지 노래를 비즈니스로 다루어야 하는 일과가 싫어 2000년 어느 날 미국 San Francisco로 떠나셨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마음껏 자유로운 삶을 즐기셨다고 하는데, 매일 해변가에 나가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았고, 참 많이 걸어 다니셨다고도 합니다. 돈이 떨어지면 식당에서 일을 하기도 했고, 집 수리공 일도 하셨다는군요. 그리고 전공이었던 미술도 다시 돌아보게 되었고, 미술관과 박물관도 참 많이 다니셨다고 합니다.



이 분의 노래를 처음 들었던 때를 기억합니다. 그만큼이나 강렬한 흔적을 제게 남긴 몇 안 되는 한국 가수들 중 한 명이기도한데, 1990년 가을, 11월이었습니다. High school 졸업을 9개월 앞둔 해로, 여러 대학에 application을 내기 시작했던 때였지요. 대학 진학의 시기라 매우 압박이 강했던 시기였습니다. Whitestone Bridge라는 다리를 차로 건너려 tollgate를 앞에 두고 있던 때였고, 하늘은 매우 흐린 날이었습니다. 습관처럼 한 달에 한 번 한인타운에 위치한 레코드 가게에서 새로 나온 한국 가요들을 (노래들이 그때까지만 해도 cassette tape에 담겼던 시절입니다) 사놓고 차에 그냥 두고 다닌 지가 좀 되어, 그중 하나를 집어 들어 틀었습니다.  이광조 님의 첫인상이라고 할까요? 그의 목소리는 매우 독특했습니다. 당시 한국의 어느 가수도 이런 음색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창법 또한 매우 특이했습니다. 몇 곡을 듣다가 이 노래 "상심의 거리에서"가 귀에 깊이 들어오더군요:


발끝에 채이는 낙엽들이

궁그는 그리움에 흩어지고


당신의 그림자 멀어져 간

추운 기억들을 만들어도


상처만 주는 상심의 거리에서

나는 또다시 무엇을 바라며


허전한 가슴 안고  

이곳을 서성이나

잃어버린 계절처럼  

외롭게


사랑 노래지만 가볍지 않고, 이별 노래지만 처절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광조 님의 목소리는 참 감미롭습니다. 호소력이 짙습니다.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그의 목소리를 통해 배어나옵니다. 이 분은 시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겠지요. 특히 "궁그는 그리움에 낙엽들이 흩어진다"는 가사에서는 '이런 아름다운 가사가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궁그는 낙엽에 그리움이 흩어진 것이 아닌, 낙엽들이 궁그는 그리움에 흩어진다는 표현이란!' 생각을 마음속으로 하며 그 긴 다리를 넘어 Queens로 들어왔습니다. 노래가 끝나갈 무렵 차를 길가에 세우고 이 노래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노래 첫 부분과 말미에 다시 연주되는 grand piano의 선율이 흘러나올 때마다 눈을 감게 되던 기억 또한 있습니다.



이별을 한 사람이라면 추억의 장소를 다시 서성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가 봅니다. 하지만 저는 십수 년이 지난 지금, 아니, 정확히 30년이 지난 오늘, 그곳을 다시 서성이다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노래가 마음속에 떠올랐나 봅니다.



아름다운 곡입니다.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더 소중한 보석 같은 노래지요.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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