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생각들
한국에서 TV 방송을 보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유는 밝히 알리지 않는 편이 저나 독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게 되겠지만, 그래도 말을 해 보자면 점차적으로 미국의 중저류 프로그램에서 느끼는 그것과 더불어 일본의 호들갑떠는 프로그램들과 비슷한 그것이 되어가는 한국의 많은 TV 프로그램들을 일부러 접하며 동화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서였고 지금도 동일합니다.
영화 또는 영화음악을 취미 이상으로 접해온지가 10년이 넘습니다. 2016년쯤이었으니 6년이 지나가는군요. 아마도 그때쯤, 경인TV 에서 "전기현의 씨네뮤직"을 보게 되었습니다. 토요일 밤, 주중 방영되는 여타 TV 프로그램과 다를 리 없겠지? 하는 생각으로 리모트 컨트롤 버튼을 0번에서부터 시작하여 기계적으로 위로 누르던 중, 익숙한 목소리와 익숙한 영화장면, 그리고 음악이 흘러나오는 프로그램에 멈추게 되었지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익히 알고 있었고 그의 radio 프로그램을 즐겨듣던 애청자였으니, 이 예상치 못한 encounter 는 반갑기보다 더 한 느낌으로 기억합니다.
이후 매 주 토요일 밤 8:45부터 한시간동안은 이 프로그램만은 꼭 시청했습니다. 전기현씨가 소개하는 영화 또는 음악은 90% 이상 알고 있는 것들이라 익숙했고, 그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마도 이 프로그램 작가가 쓴 나레이션을 듣고 있자면 예전 추억과 더불어 보고 듣고 있는 영화음악과 영화장면과 하나가 되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물론 그의 selection 중 상당히 많은 부분을 French film 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과 action film 이나 violent한 영화를 거의 cover 하지 않은 점이 불만이었지만, 그의 배경을 고려할 때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선택 - 일종의 natural selection - 이었겠지요. 저같아도 미국영화 위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French 는 아예 고려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의 목소리가 action film 을 소개하는 데 있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도 시청자로써 충분히 고려하며 이 프로그램을 시청해 왔습니다.
이 소중한 프로그램이 이제 막을 내렸습니다. 어제 방송이 마지막 방송이었습니다. 10년 이상 진행된 프로그램을 이렇게 마무리하는 이유는 아마도 낮은 시청율과 광고수익 때문이겠거나, 또는 change 를 좋아하는 dynamic Korea 의 한 면을 반영한 것일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셀수도 없이 많은 그 저급한 연예프로그램들은 이렇게 저렇게 모양새와 출연진을 바꾸어가며 유지하면서, 싸다 못해 "참 애쓴다"라는 생각만 드는 말들과 몸짓들을 하며 웃음을 파는 저급한 프로그램을 도배질하듯이 방영하며 소중한 prime time 의 airwave 를 낭비하면서, "전기현의 씨네뮤직"과 같은 양질의 프로그램을 (그것도 지역방송국의 소외된 프로그램을) 없애는 결정이라니! 하는 생각에 조금은 서글프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아예 TV를 켤 일은 한동안 없겠지요. 사람이 보면서 쉼을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이제 찾기가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1월 1일 아침부터 Internet 뉴스들은 어느 여자 연예인의 결혼을 상단에 올렸더군요.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과연 별나라라는 생각뿐인 1월 1일 오전의 생각입니다.
- January 1,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