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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Dec 26. 2022

"지금을 사는 양치기들은 어디에?"

지나가는 생각들


종교방송 여행


간혹 시간이 남게 되는 늦은 밤이 되면 가끔 TV를 켜서 종교방송들이 모여있는 채널 쪽으로 버튼을 눌러봅니다. 불교방송, 기독교방송, 원음방송, 그리고 가톨릭방송 등이 위치하는 채널군인데, 각자 종교별로 두 개 이상의 채널이 있더군요. 거기서 기독교의 설교, 가톨릭의 강론, 그리고 불교의 설법을 조금씩 그렇지만 충분히 들어봅니다.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지 물어보신다면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여름날 오후에 신성상품들을 바깥에 내어놓으면 생선이 가장 빨리 상하는 것과 같이, 종교채널을 보면 세상이 썩어가는 정도를 파악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설교, 강론, 또는 설법방송을 보게 되면 우선 종교인이 등장합니다. "내가 언제나 은혜롭게 듣는 OOO 님의 모습은 역시 멋있고 우리와는 달라!"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멋진 양복과 earpiece를 하고 등장하거나, 아주 깨끗하고 잘 다려진 전례복을 입거나 고급 신복을 두르고 있지요. 이들은 높은 강단에 서거나 심지어는 청중들의 머리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곳에 앉아 있습니다. 시작은 언제나 그랬듯이 각 종교의 주된 reference 들, 즉, 불경 또는 성경 내 구절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이후에는 강단에 선 종교인 (중, 목사, 신부 등) 이 이를 해석하기를 시작하지요. 메시지들은 거의 동일하더군요. 기본 구절들에 더해 개인적인 경험이나  현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 우스운 이야기 등을 더하여 공감을 더하지요. "역시 배우신 게 많아서 접근방법이 달라! (또는: '경험이 남다르셔서 / '외국에서 배우셔서' / 또는 '원래 깊은 분이라' 등)"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지요. 거기에 더해 뛰어난 언어의 사용과 발성법, 제스처, 눈빛 등을 구사합니다. 결론은 대체로 매우 잘 정리됩니다. 사람들이 익숙해하는 서론, 본론, 그리고 결론의 구성을 토대로 마무리 또한 아주 깔끔합니다. 


전해진 메시지를 곰곰이 씹어보면 꽤 철학적이고 종교적으로 그리고 완벽해 보이지만, 이들이 토대로 삼는 불경 또는 성경의 "말씀"은 처음 부분과 마지막에 주로 인용되고 (물론 중간에 사람들이 설교를, 강론을 또는 설법을 듣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 간간히 더해지기도 하지만) 중간에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리더십 훈련이나 발표회와 다르지 않지요. 즉, 성경이나 불경의 "말씀"이 결론을 내리는 데 있어 직접적이며 주도적인 그리고 독자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 세상에서 살면서 듣고 보고 경험하는 공통적인 예를 여러 방법과 재료로 제시한 후 이런 '세속적인' 소재를 결국에야 "말씀"과 잇는 방식이지요. 세상적인 재료가 없었다면 대체 이 종교인들은 어떻게 밥을 먹고살지 걱정이 될 정도로 그들의 메시지는 세상 이야기 투성이입니다.




전 세계가 환영한 2022년 아기예수


어제는 소위 성탄이었지요. 성탄도 아닌 날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이런 종교 주체에서 하는 대로 전 세계가 따라한 날이었습니다. 심지어는 꽤 많은 절에서도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의미로 모임을 가지고 있는 최근 몇 년입니다.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주체들도 예수 탄생의 메시지를 바티칸에 축하의 의미로 보낸다는군요. 몰몬교 HQ 도 상당히 훌륭한 예배를 드렸더군요. 그곳에 앉아만 있어도 은혜로 충만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도 하게 할 정도로 웅장하고 엄숙하고 고귀한 예배를 그들은 드렸습니다.


참 포근한 분위기의 성당과 교회


12월 24일 저녁 또는 25일 오전의 풍경은 익숙합니다. 잘 차려입고 치장한 후 온갖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예쁘게 꾸민 교회 또는 성당에 가서 종교인들이 매년 하는 같은 류의 말을 (매해 같을 수 없으니 약간의 twist를 준 그런 류의 메시지를) 20여 분 동안 듣지요. 화려하고 성스럽게 차려입은 성가대가 열심히 연습한 성가곡을 마치 classical hall에 와 있는 듯 듣고 박수도 칩니다. 예배 끝에는 종교인의 축복기도도 받고, 예배 이후에는 남아서 선물들을 교환하거나 문가에서 작은 선물들을 받고, 또는 남아서 맛있는 음식을 친교란 명목으로 나누지요. 이곳저곳에는 아기예수를 가운데 두고 요셉과 마리아가 서 있는 그림이나 소품 등이 있습니다. 건물 벽에는 언제나 그랬듯이 금발에 잘생긴 예수님의 그림이 걸려 있음 또한 놓칠 수 없습니다.




과연 예수는 어제 어디에 가셨을까?


예수께서 어제 또는 24일에 세상에 몰래 오셨다면 어디로 가셨을까요? "전지전능한 분이시니 모든 교회에 함께 하셨을 겁니다"라는 말을 종교인들로부터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 여느 성당이나 교회에 걸린 그런 멋진 모습으로 - 금발에 키도 크고, 잘생긴 모습에 오뚝한 콧날을 가진 예수님이 전지전능하시기에 세계 모든 성당과 교회에서 열린 칸타타에 오셨을까요?


못생기고 매력 없는 예수


성당에 그리고 교회에 걸린 그런 모습과는 전혀 달리, 예수님은 외모가 못나서 전혀 바라볼 가치가 없던 그런 분이셨습니다. 이사야에는 이렇게 나와 있지요:


"For he shall grow up before him as a tender aplant, and as a broot out of a cdry ground: he hath no form nor comeliness; and when we shall see him, there is no dbeauty that we should desire him." - from the Book of Isaiah (53:2-3) / "그는 주 앞에서 자라나기를 연한 순 같고 마른땅에서 나온 뿌리 같아서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은즉 우리가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도다"


이렇기에 예전 뮤지컬 Jesus Christ Superstar 등이 그려내는 이야기들은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이건 것들을 만든 사람들이 가련할 지경입니다. "짚신도 짝이 있으니, 못생긴 예수님을 좋아한 여자도 있었지 않을까?" - 네, 하지만 이건 그저 오류투성이인 인간의 상상이고, 이를 이용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은 이런 뮤지컬 등의 것들을 만드는 것이겠지요.


정작 미천했던 그의 탄생


양치기들은 지금도 그렇겠지만 가장 보잘것없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겠지요. 예전에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 소중한 예수탄생의 소식은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전해졌지요. 베들레헴 지경에서 양 떼를 지키던 목자(양치기)들에게였습니다. 



오늘은 영국에서 (그리고 미국에서도 이 날을 즐기기 시작한 지 좀 되는데) Boxing Day 지요? 즐거운 나날들의 연속입니다. 선물을 사고, 박스를 풀고, 25일이 지났기에 여러 상품들을 더 싸게 살 수도 있고, 맛난 케이크와 등등을 아직도 연말까지 즐길 수 있으니, 역시 예수탄생은 실제 생일(?)도 아닌 날에 축하를 받는 주인공도 황당해하실 인기상품이 된 지 오래고, 이제는 식상이 난다는 사람도 있답니다.


참 못된 세상입니다. 이런 불평을 하고 있는 저도 전혀 성스럽지 않지만, 할 말을 해야하는 인간이라 오늘만은 어쩔 수 없군요.


"지금을 사는 양치기들은 

대체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 December 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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