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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Nov 23. 2023

甜蜜蜜 (1996)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참조: "첨밀밀"이 아닌 "Comrades: Almost a Love Story"로 제목을 쓰고 싶었습니다. 칸이 모자르네요. 영문 제목이 이 영화를 더 잘 묘사한 듯 합니다.


이 영화를 못 보셨다면 꼭 보셔야 하기에 내용을 소개하기보다는 영화가 제게 주는 의미와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기술해 보려 합니다. 평론을 읽지 마시고 꼭 작품을 보셔야 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이 영화가 그들 중 하나라는 생각입니다.






영화가 운명적 사랑에 대한 것이다?


우선 운명적 사랑이라는 이 영화에 대한 평가에 대한 의견으로, 이를 우선 결혼서약에 대비하여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Western 문화에서의 결혼서약은 한국의 그것과 유사합니다. 요즘은 좀 다른 version들이 등장하는 듯 하지만 전통적인 wedding vow의 중반부와 후반부는 이렇지요.


"... for better, for worse, for richer, for poorer, in sickness and in health, to love and to cherish..."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부유하거나 가난할 때, 병들었거나 건강할 때건간에 서로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길 것을...).


이 영화는 이 결혼서약을 2시간 동안 그대로 보여준 듯합니다. 이 영화를 두고 운명적인 인연이야기라고 하지요? 제가 보는 이 영화는 운명적 사랑에 대한 것이 아닌, 오랜 세월을 통해 삶이 자주 교차하며 삶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기쁨과 슬픔, 아픔과 회복을 같이 또는 따로 경험한 후, 결국은 필요, 느낌 또는 끌림이 아닌, 사랑이라는 것에 매우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게 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이해하고자 합니다.


"첨밀밀"이란 제목과 이 영화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요. 의미는 'very sweet'라고 하는데, 이 영화는 사실 마지막 장면조차 달콤하지는 않습니다. 두 주연배우가 자전거를 타고 Hong Kong의 뒷골목을 다니는 짧은 장면이 달콤했을 뿐, 이 외엔 삶의 고달픔이 대부분 짙게 또는 그나마 간간히 엷게 배어있기만 하지요. 비싼 상품들을 파는 상점으로 가득찬 거리를, 두 명의 가난한 남녀가 행복하게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 - 달콤하더군요.


영어제목인 "Comrades: Almost a Love Story"가 어울림이, 사랑이야기라기보다는 십수 년에 걸쳐 두 사람의 삶이 교차, 결속, 분리를 반복하면서 결국은 영화의 마지막에서야 이 두 사람이 사랑하게 된다는 확신이 드는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운명이니 숙명의 사랑이니 - 는 (사실 감독도 이를 의도하기도 했겠지만)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영화와 등려군 (Teresa Teng)


1996년에 screen에 올려진 이 영화는 그 제목이 말해주듯이 대만, 홍콩, 중국 본토와 화교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가수 Teresa Teng의 노래에서 따온 것이지요. 이 영화가 개봉되기 1년 전에 천식으로 40대에 세상을 떠난 이 가수를 추모하는 Love Poem으로 여겨질 만큼 이 영화는 그녀에 대한 추억과 애정을 담아내고 있으며, 이 가수의 노래는 영화 전반에 걸쳐 눈에 띄게 등장하며 동시에 이 가수의 존재와 함께 영화의 아주 중요한 subplot 이기도 하지요. 그렇기에 이 가수와 이 가수의 노래를 영화와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이 영화는 중국 본토에서는 2010년대 중반에 처음 상영되었다고 하지요. 공산주의에서 사회주의로 변한 중국이지만 이 경우에서도 변한 모습을 뚜렷하게 볼 수 없습니다. 영화와 함께 이 영화의 주제가"The Moon Represents My Heart (월량대표아적심 - 月亮代表我的心: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하죠)" 또한 금지된 곡이었지요. 대만 가수였던 Teresa Teng이었기에 중국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1977년에 세상에 태어난 이 노래는 1980년대 초, 중국 본토와 대만 간의 정치적 긴장이 지속되면서 중국 당국은 그녀의 음악이 너무 '부르주아적'이고 '부패'적이라는 이유로 대만과 홍콩의 다른 가수들과 함께 중국 본토에서는 몇 년 동안 금지곡으로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Teresa의 노래는 검열을 뚫고 중국의 철의 장막을 뚫었지요. 그녀의 노래는 나이트클럽에서 정부 건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서 계속 연주되었고, 결국 할 수 없이 금지령이 해제되었습니다. 금지령 전이나 후 모두 Teresa Teng 은 중국 본토에서 중국의 지도자만큼이나 유명했다지요. 당시 중국 서기장이었던 등소평 (Deng Xiaoping)과 성이 같다는 이유로 팬들은 그녀를 'Little Teng'이라는 별명으로 불렀고, "중국은 낮에는 등소평 (Deng Xiaoping) 이 다스리지만 밤에는 Teresa Teng 이 중국을 휘어잡는다"라는 말도 있었다고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XmF5xBqt_s




두시간 내내 무거운 영화


이 영화를 보면 인생을 2시간 동안 다 살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삶의 여러 모습을 담아냈습니다. 심지어는 피곤함까지 느끼게 되지요. 마지막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조차 이후 이어질 이 두 사람의 앞날들이 걱정되기도 할 정도로 무거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당시 중국 본토와 홍콩의 문화적 그리고 사회적인 상태도 최소한 추상적으로나마 볼 수 있기도 하지요. 중국 본토사람과 남부지역 (홍콩) 사람들의 계급적 경제적 그리고 문화적인 차이, 빈부격차가 심한 홍콩, 그리고 본토에서 홍콩, 그리고 미국으로 이어지는 가난으로부터의 필사적인 탈출 시도 등 - 그리고 미국에서 성공하고 있는 다른 중국인들과 두 주인공들이 비춰지는 모습 등이 읽혀집니다. 70년대와 80년대의 한국도 미국과 연계해서 볼 때 비슷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비싼 상품들을 파는 상점으로 가득찬 거리를, 두 명의 가난한 남녀가 행복하게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도 이런 당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어적인 차이를 통해 문화적인 차이도 약간 보여지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어 이 영화 초반부와 중반부를 보면 두 등장인물 (소군 & 이요) 이 간혹 광둥어와 북경어 (Cantonese and Mandarin)를 바꾸어 쓰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북쪽지방 중국어를 쓰면 촌스럽다는 메세지를 주고 있기도 하고, 영어를 배우려고 무던히들 노력하는 장면도 이 영화에 비중있게 실려 있습니다. 이 영화의 두 인물이 운명적이라고 하는 사람이 대다수지만 사실 아무리 운명이라도 운명의 근거는 있기 마련이지요. 이 두 사람이 처음 엮이게 된 이유는 단 하나 - 같은 기차에서 서로 반대쪽 의자에 앉아 머리를 맞대고 있어서가 아니라 - 두 주인공이 함께 어울리기 시작하는 이유는 소군의 북부지방 중국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이요뿐이었기 때문이죠.





이 두 사람에게 운명이 있었다면 이들이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요? 시종일관 씁쓸한 운명의 기운이 감돌기는 합니다. 소군과 이요가 '사랑 같은 것'을 시작하는 초반 장면이 특히 재미있습니다 소군이 이요의 코트 입는 것을 도와주며 점점 가까워지고, 입술을 맞댄 후 포옹하고, 키스를 하고, 방금 전까지 단추를 채우느라 애쓰던 코트의 단추를 열렬히 풀며 서로의 열정에 휩싸이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달콤하면서도 로맨틱하며 유머까지 조금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속 장면과 실제 그 곳의 모습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New York City 내 Chinatown 근처 SoHo 와 그 주변에서 활영되었는데, 시간이 나면 이곳에 가서 소군이 걸었던 길을 걸어보곤 합니다. 영화 속에서 겉는 기분이라 이 경험이 주는 희열은 상당합니다. 이 두 사람이 걸었던 곳과 주요 장소들의 지도와 현재 사진들을 올려보았습니다. 시간이 걸렸지만 아주 즐거운 일이었지요.



첫번째 동그라미 (지도 하단)

맨 아래 동그라미로 표시된 곳이 이요가 이 영화의 주제곡인 "월량대표아적심"을 배경으로 거리를 걷기 시작하는 장소지요. 영화 속 장면과 지금의 그 곳 사진입니다.



두번째 동그라미 (지도 상단)

지도에서 맨 위에 표시된 곳이 소군이 거리를 걷기 시작한 위치같습니다. 해당 장면과 실제 사진을 올립니다. DKNY wall advertisement 가 있던 장소인데, 이제는 멋진 빌딩이 그 벽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번째 동그라미 (지도 중간)

지도 중간에 표시된 동그라미 부분이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되는 TV가게 앞입니다. 이들 뒤로 보면 Staples 라는 대형 문구점(?)이 반사되어 보이지요. 지금은 다른 상점이 있지만 건물의 모양은 같습니다. 이 TV가게도 지금은 fashion shop 이 되었지요.




영화의 마지막 8분 정도를 담아낸 영상입니다.

음악과 함께 1996년으로 돌아가 보세요.


스마트폰은 커녕 휴대폰도 없었지만

UHD TV 도 아는 cathode ray 티비였지만

첨단 자동차를 타지 않더라도


지금보다는 더 풍족한 때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hwcdsCTZyM&t=244s



- November 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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