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umi Nov 26. 2023

Arirang (아리랑이 아닌)

지나가는 생각들


뉴욕에서는 매년 Korean Parade 가 크게 열렸었지요. 2010년대 중반부터 규모가 대폭 축소되어 거의 골목이벤트로 변했지만, 한창이던 당시 30여 회에 걸쳐 열린 이 행사는 Avenue of America (6th Avenue) & 38th Street에서 시작되어 27th Street까지의 구간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오색 꽃차와 마칭밴드, 기마대, 풍물패, 5백여 개 한인단체 등 최대 5000명까지 참가했던 행사지요. 구경하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수만 명짜리 행사였습니다. 뉴욕에서 각국을 대표하는 퍼레이드는 연간 10개 정도가 열리는데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유일했고, 코리안 퍼레이드는 뉴욕시의 5대 퍼레이드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었지요.



저는 조선통신사 행렬을 꽤 좋아했었습니다. 그리고 위에 보이는 marching band의 연주와 절도 있는 행진도 그 무게감 때문에 좋아했었지요. 한국의 퍼레이드는 중국의 요란함과 원초적 색상들의 거북한 현란함도 아니었고, 일본의 경우 이런 행진문화를 본 적이 없던지라, Korean Parade야말로 정말 한국적인 것이라는 생각에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몇 년째 이 행사는 규모가 축소되어 이제는 단순한 음식페스티벌로 변했습니다. 유명해진 김치, 떡볶이, 꼬치, 비빔밥, 음밥 등이 여러 vendor를 통해 판매되고, 너무 초라하게 차려진 무대에서는 American Pop과 다름없는 K-Pop 행사가 진행되는 정도입니다. 소주문화도 한국의 문화로 알려진 듯, 기업체 광고흔적이 너무 적나라하게 보이는, 이제는 일부러 찾아가는 행사는 제겐 아닙니다.


그저 유흥의 한 판이 되어버렸지요.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과거 한인 퍼레이드 행사에 있어 부채놀이는 핵심요소 중 하나였고, 어김없이 아리랑이 흘러나왔습니다.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련한 한국 고유의 노래지요.


특히 80년대에는 한국방송을 접하기가 매우 어려웠던 때였기에, 매일 cable TV 채널 25번 (일종의 rental channel 이었지요)에서 밤 8시부터 10시까지 방영되었던 한국방송 (뉴욕 내 소규모로 운영되던 아마추어 급 방송사가 자체뉴스 및 한국드라마를 쪼개서 보여주는)을 부모님께서 기다리며 보곤 하셨는데, 이 방송시간대가 마감되는 밤 10시에는 아리랑을 연주곡으로 만든 전곡과 함께 한인퍼레이드와 여러 장면들을 모아서 편집한 영상을 보여주였습니다. 이 clip을 볼 때마다 참 여러 감정들이 섞여 마음속에서 올라오더군요. 그 연주도 참 아련했는데, 이미 제게는 익숙한 Paul Mauriat 오케스트라의 1977년 version 인 Arirang이었습니다.




한국사람들이 한국 전통곡에 대해 무심하거나 어쩌면 폄하하는 경우도 많지요. 국악이라 하면 그대로 연주하지 않고 classical music 또는 jazz와 합성하여 이상한 version으로 다시 내놓는 경우가 지금 오히려 더 "창작"이란 이름하에 활발한 것을 보면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얼마나 오리지널이 통하지 않으면 이런 시도를 할까? 하는 마음과 함께, 씁쓸하지요.


하지만 Paul Mauriat라는 conductor는 우리의 Arirang을 70년대부터 좋아했답니다. 오죽하면 그의 album cover에 대표곡으로 올렸을까요? 물론 album 이 Love Songs from the East였다고 하지만, 그래도 한국의 대표곡을 이 분보다 더 잘 살려낸 한국음악인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듯합니다.


고맙기도 하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baZm88FpBs



한국의 심형래 감독의 2007년작 The War 에도 마지막 장면 및 ending credit 부분에 아리랑이 흘러나옵니다. 심감독도 이를 두고 이런 말을 했었지요:


"'아리랑'은 내가 의도적으로 넣은 것이다. 처음에는 스태프들이 몹시 반대했다. 외국의 웅장한 클래식을 넣자고 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고정관념이다. 외국 것만 좋은 것, 고급스러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우리의 노래 '아리랑'을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음악으로 만들어 국내외 영화 팬들에게 들려주고 싶었고 특히 외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은 그 음악에 감동할 것이다"


100%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이었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CdrIw4s0SwM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노래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BTS의 그것?

블랙핑크인지의 그것?

Psy의 강남스타일?


이런 노래들은 소위 서양시장을 감안해서 제작한 기획물들 아닐까요? 한국의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 November 26, 2023

작가의 이전글 Charles 3세가 idiot 인건 알았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