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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Mar 11. 2024

나를 구독하는 조용한 분들

지나가는 생각들


Brunch를 시작한 후 아마도 처음으로 저를 구독하는 분들 중 생소한 분들의 작가소개란과 몇 개의 글들을 모두 읽었습니다. '생소한 분들'이란, 구독만 하시고 그 후에는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분들을 의미하지요. 제가 읽고 그리고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의 작가소개란은 이미 읽었고, 이 분들의 글을 읽을 때 이를 머릿속에서 반영하며 작품을 소화하지만, '구독'이라는 감사한 선물을 주신 후 조용히 계시는 구독자들에 대해 알고 싶어서 어제는 시간을 들여 한 분 한 분의 공간을 방문했습니다.


마음설레게 저만을 구독하는 여성 구독자들

저만을 구독하시는 분들도 꽤 계시더군요. 대부분 실명을 올리지 않은 분들이었고 작가소개란도 비어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사진도 거의 올리지 않은 분들이었지만 일부는 어떤 분들인지 조금은 파악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조금이나마 마음을 설레게 한 분들이 있었는데, 이 구독자들이 여성이라는 점이었지요. 저만을 구독하는 여성이라... 설레지 않았다면 저는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겠지요. "어떻게 나를 찾았으며, 나만을 읽고 계실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해서 짧은 상상의 나래를 펴 보기도 했습니다. "2014년의 그녀일까?" 아니면 "2001년의 그 사람일까?"라는 상상도 포함했지요. 이 여성들과의 추억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예전 2015년, 제가 충동적으로 끌어안은 여성 한 분 또한 저만을 구독하고 계셨습니다. 그녀의 머리를 한 손으로, 그리고 허리를 끌어안은 그때 일 -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었고, 이미 당시 결혼한 분이었기에 아직도 그 당시의 감정이 자랑스럽지는 않지요. 왜 그랬었는지 지금도 모를 일입니다. 이 분의 경우 Brunch를 방치하고 더 이상 방문을 하지 않는 경우의 가능성이 높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지금을 잊고 그래도 '흥미로웠던' 그때를 생각하게 해 주더군요.


조금은 의아하게 저만을 구독하는 남성 구독자들

저만을 구독하는 몇 분들 중 남성분들도 있습니다. 이 부분이 조금은 의아한데, 위에 적은 것처럼 이성도 아니고 동성이 저만을 구독하는 경우가, 물론 예의상 예전 제 요청을 거부하지 못해 반은 억지로 구독자가 된 후 이후로는 Brunch를 방치하고 더 이상 방문을 하지 않는 경우의 가능성이 높겠지요. 하지만 제 글의 주제들 중 특이한 몇 가지를 좋아하시는 분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삶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구독자들

구독자도 적지 않고 관심작가도 있으며, 글을 꾸준히 올렸던 분들도 많이 보게 되었지요. 하지만 과거 어느 시점에서 글쓰기를 중단한 채 지금까지 이어진 분들도 계시더군요. 이 분들의 마지막 글들을 읽어보니 글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는 어떤 암시나 종지부를 찍은 흔적도 없었음에도 그들의 이야기는 갑자기 정차한 기차처럼 과거의 한 순간에 멈춰 있었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을까?라는 궁금함도 생기고, 글들의 분위기가 다소 어두웠던 분들의 경우는 걱정도 되더군요. 이 분들이 다시 글을 올리는 것을 보면 마음이 좋아지게 될 듯합니다.


좋아요에는 좋아요로 답하는 구독자들

Likes for likes를 하는 분들이 아마도 꽤 많은 Brunch 공간인 듯합니다. '그대도 내 글을 like 해 주었으니, 나 또한 like를 해 주리라'의 경우가 적지 않다는 생각도 어제 들었습니다. 글의 내용은 훌륭한데 댓글이 전혀 올라오지 않는 분들의 책방도 보았지요. 이런 경우가 likes for likes 가 많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기에서도 돈을 벌고 싶은 구독자들

상업적인 성향의 글도 많았습니다. 이런 글은 읽고 싶지 않더군요. 예전에도 적지 않았지만, 점점 더 많아지는 듯합니다.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간에 강연, 구매, 출간, 회사홍보 등의 목적이 느껴지더군요. 과거에는 shy 했던 이러한 움직임들이, 이제는 노골적으로 변해가는 듯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이곳 Brunch는 outlet이라는 것이더군요. 마음속 생각 또는 목표를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쏟아내는 장소. 그게 상업적이건 문학적이건, 아니면 그저 chatting room에 가까운 것이건 간에 이 공간은 소통의 공간임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왠지 쓸쓸하게 느껴진 부분은 - 물론 상상 속 생각이지만 - 순수한 소설가의 minset으로 여기에 지난 며칠간 또는 몇 달 동안 하고 싶은 말들을 글로 옮기고 싶어서 모두가 잠들은 늦은 밤 불을 켜고 노트북 앞에 앉아 여러 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모습이 덜 느껴진다는 부분이지요.



Writers burning midnight oil 이 계속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March 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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