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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Oct 23. 2024

Pearl Paint

일상 속 뉴욕여행


이번에는 '이젠 더 이상 갈 수도 없고 찾을 수도 없는'곳을 소개합니다. 일상 속 뉴욕여행인데 존재하지 않는 곳을 소개한다니 이상한 일이겠지만, 이 곳의 인지도는 미국 전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이라고 하면 조금은 과장이겠지만 거짓이라고는 할 수 없고, 뉴욕시에서는 landmark 들 중 하나였지요. 미국 내에서 미술의 본거지라고 해도 무방할 뉴욕시 (Parson's School of Design, Cooper Union, Pratt, FIT 와 같은 미술대학교를 포함 MoMA 및 The MET, 그리고 Guggenheim 까지 가진 이 도시인 만큼) 인 관계로, 미술용품점 또한 그 수준에 맞아야 함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 가게가 바로 Pearl Paint 라는 가게였지요.



지금은 문을 닫은 곳, Pearl Paint 의 경우 오너의 운영 실수의 결과였지만, 뉴욕시와 관련된 추억의 한 조각을 차지하고 있는 장소들이 몇 있고 (J&R Music down by City Hall & Rizzoli Bookstore on 57th Street) Pearl Paint 도 이들 중 하나입니다. Canal Street 에 위치하고 있었지요. 이 매장은 한때 모든 종류의 미술 용품을 원하는 모든 예술가들이 찾는 곳이었으며,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아이템이 많았습니다. 온라인 미술 용품이 등장하기 전, 그리고 미술용품 제작사인 Utrecht 이나 Blick 같은 다른 대형 매장이 오픈하기 전에는 계산대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섰던 적도 고작 20년전이었습니다.



5개 층에 걸쳐 높은 천장까지 예술품 (제품이지만 예술품같은) 이 빼곡히 쌓여 있었지요. 지하실에는 캔버스 재료가 가장 많았고 easel 도 다른 어떤 곳보다 다양했어요. 건물도 오래되어 페인트가 수십차례 겹칠된 흔적이 여기저기였고, 계단은 나무였습니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을 좋아했고, 뒤쪽에는 삐걱거리는 낡은 엘리베이터가 있기는 있었는데 자주 작동하지 않았어요. 판매 직원들은 엄청나게 지식이 풍부했지만 다소 기발하기도 했어요. 종이, 펜촉 또는 페인트의 기술적 측면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물어볼 수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Home Depot 직원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지요.



이곳을 알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곳이 문을 닫는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았을 것입니다. 문을 닫기 전 몇 년 동안 재고가 악화되었고, 필요한 물건을 찾기 위해 5층 계단을 올라갈 필요가 없는 경쟁력 있는 가격과 젊은 판매원을 갖춘 다른 미술품 가게들이 근처에 문을 열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상점은 재료가 더 저렴했고, 시내에 가서 인파와 교통체증과 싸우지 않고도 컴퓨터로 주문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 망할 놈의 인터넷.



Pearl 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그 곳에 갔었습니다. 또한 전체 재고가 35% 할인되어 있어서 Kolinsky sable watercolor brushes 들을 35% 할인에 살 수 있는 기회도 잡았죠. 한때 제 스케치 테이블과 물감을 들고 평화로운 시간을 약속했던 붉은색과 흰색 주철 외관의 축제 같은 이곳이 그리울 뿐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Pearl 이 자리잡고 있던 건물은 빈 상태였지요. 지금은 창문 빛에 가려졌지만 문을 닫은 후에도 네온사인으로 된 Pearl 의 가게 싸인은 여전히 그 곳에 달려 있었었습니다. 밤이 되어도 켜져있었고, 빨간색과 흰색으로 “Pearl Paint”라는 글자가 연기를 정적이 내린 Canal Street 에 차가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지요. 이 간판은 한때 모든 수준과 소득의 예술가들을 환영하는 의미로 비슷한 색상의 건물 외벽에 걸려 있었고, 폐점이 된 후에도 얼마동안 걸려 있었지만, 이후 이 곳이 다른 상점이 들어서기 전 까지는 한 달에 약 14,000달러에 달하는 호화로운 임대료를 받는 빈 로비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폐기처분 된 지 오래지요.


표면적으로 이 간판은 뉴욕 예술계에서 펄 페인트의 본거지이자 예술가라면 누구나 무엇이든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창작의 중심지였던 이 건물의 역사적인 장소에 대한 헌정이지만 이 간판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모호한 오마주일 뿐입니다.



사업이 하향길로 접어들던 당시, 오너의 아들인 Darren 이 가게를 이어받았고, 이 사람이 Pearl 을 살리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지만 실패했지요. Darren 은 현재 Florida 에서 자신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있지만, 여가 시간에는 종종 Pearl 을 되살릴 방법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이 사람이 과거 어느 인터뷰에서 “펄은 살아 있어야 하는 브랜드입니다."라고 말했다는데 사실이지요. 


같은 인터뷰 기사를 보면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이 매장에서 일했던 Steven  Taveras 는 “어떤 일이 있어도 펄 페인트는 예술가들에게 집과도 같은 곳이었다”고 말했답니다. “부자이든 가난하든, 거터펑크족이든, 프레피 소년이든 아이든, 게이든 이성애자든, [무엇이든] 무엇이든 상관없었습니다. ... 우리는 그곳에서 매우 환영받았고, 그래서 오랫동안 머물렀던 것 같아요. 차이나타운에는 항상 지울 수 없는 흔적이 남아있을 거예요. 차이나타운을 지나가다가 저 건물을 보면 '저건 펄 페인트였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죠.”라고 더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곳입니다. 308 Canal Street 에 가면 지금은 다른 상점이 자리잡고 있지만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지요. 혹시 이 곳을 아는 분이 계시다면 한 번 가 보시고, 모르시는 분이라도 근처에 Soho 도 있으니 한 번 쯤은 지나가 보시기 바랍니다. 느낌이 다를지도 모르지요.


사진을 아래 더 올리면서 이번 에피소드를 마무리합니다.






- October 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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