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학원에 가려고 하는가?
한창 대학원에 입학해서 적응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던 도중,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인이 이번에 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는데, 주위에는 물어볼 사람이 없기에 혹시 간단한 조언을 해줄 수 있겠냐는 부탁이었다. 몇 개월 전 한참 골머리를 앓으며 비슷한 고민을 하던 때가 떠올라 흔쾌히 그러마 하고는, 나의 준비 과정을 복기하며 간단한 팁을 준비했다.
쓰고 보니 후기 하나 하나가 간절해서 웹을 말그대로 서핑하고 다녔던 시간이 생각이 나 이곳에 살포시 공유해보려 한다. 어디까지나 내가 준비했던 학교, 과에 특정된 조언이지만 어느 정도는 보편적으로 참고해도 좋을 듯 하다.
제가 대학원에 지원하기 전 고민해 보았던 문제들입니다:) 이런 고민들을 하고 난 후에 자기소개서와 학업/연구계획서를 작성할 때 보다 일관성 있게 작성할 수 있었기에 소개해봅니다. 만일 이미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가지고 계시다면, 바로 자기소개서 항목으로 넘어가셔도 됩니다!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것은 단순히 대학의 연장선을 밟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과정입니다. 또한 대학원 과정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며 기회비용이 높은 선택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대학원에 진학해 생활에 잘 적응하고 공부를 지치지 않고 이어나가기 위해서, 지원서를 작성하기 전에 왜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보고 마음가짐을 잘 가꿔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연구를 하고 싶어서 이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하는지 미리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일 '연구'라는 것이 조금 거창하거나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1) 크게 어떤 분야를 더 공부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기 + 2) 왜 그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지 + 3) 해당 분야와 관련된 연구 주제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탐색해봄으로써 차근차근 접근해볼 수 있습니다.
대학원 진학 후 어떤 진로(공기업/사기업/연구원 등등 취업 or 박사과정 진학 및 학계 진출 등)를 택할 것인지 고려해보아야 합니다. 학업/연구계획서를 작성할 때도 관련 내용을 서술해야 하고, 면접에서도 물어보는 경우가 있으니 구체적으로 생각해둘 수록 좋습니다.
자기소개서, 학업/연구계획서, 면접 준비 항목은 제가 지원했던 학교를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비슷한 항목이 있다면 참고해주세요:) 또 분량은 5장을 작성한 사람부터 10장을 작성한 사람까지 다양하니 너무 신경쓰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저는 7-8장을 작성했습니다). 최대한 핵심 위주로, 가시적으로 작성해보세요!
교내/교외 경력으로 나누어 작성하는 방법과 시간 순으로 나누어 작성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외 방법도 있을텐데, 본인의 경력을 가시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저의 경우는 시간 순으로 기술했고, 각 경력을 나타내는 소제목 끝에 기한을 표시했습니다. {ex. ~활동(2020.03 – 2022.06)} 내용이 길어져 장황해보일 수 있으므로 가시적으로, 핵심이 눈에 잘 띄도록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넘버링이나 기호로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전공 이수 내용이나 동아리, 학회, 어학연수, 교환학생, 대외활동, 인턴경력, 공모전 등 지원 학과 또는 연구 분야와 관련 있다고 생각되는 활동 경력들을 작성하시면 됩니다.
지원 전 고민했던 내용들을 바탕으로 그 답에 살을 붙여서 작성하시면 됩니다. 어떤 연구자 또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이 공부를 하고 싶은지,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이 공부가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등에 대해 작성하고, 이 학교의 대학원에 진학해 어떤 공부들을 하고 무슨 활동/프로젝트 등에 참여하고 싶은지, 궁극적으로 대학원 과정을 통해 어떤 인물이 되고 싶은지 서술하시면 됩니다. 구체적으로 작성해도 좋지만, 큰 비전 위주로 작성해도 무방할 듯 합니다.
저는 해당 항목을 1) 장점 및 특기와 2) 단점으로 나누어 작성했습니다. 1)에서는 대학원에 진학해 혼자 또는 동료들과 연구를 수행하고 학업을 이어나가기에 적합하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는 부분을 작성했습니다. 2)는 비교적 짧게 작성했는데, 학업과 관련해서 단점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극복 가능했던 부분을 작성했습니다.
대학 생활을 하며 받은 상 - 학업 우수상(또는 성적장학금 등) 등 교내 수상경력과 동아리/공모전/대외활동 등에서의 교외 수상경력 등을 자유롭게 기술하시면 됩니다.
저도 처음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이 기타 사항에 어떤 것을 작성해야 할지 몰라 많은 후기들을 참고해보았는데, 주로 어학시험 점수나 그밖의 특이사항 등을 기재하는 듯 했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막막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저도 그랬습니다), 합격자 수기들을 읽어보면 크게
1) 특정 주제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연구 개요를 소개하는 방법
2) 특정 주제를 제시하되 연구 개요까지는 아니고 관련 내용을 서술하는 방법
3) 큰 틀에서 연구 주제나 분야를 제시하는 방법 등 이 있습니다.
1)은 연구 주제, 연구 목적, 연구 가설, 연구 대상, 연구 방법 등 구체적인 연구 개요를 작성하는 방식입니다.
2)는 1)처럼 구체적인 연구 개요를 서술하지는 않고, 이 연구가 필요한 이유(연구 배경에 해당)와 예상되는 연구 기대효과 및 한계 등을 큰 흐름에서 작성하는 방법입니다.
3)은 구체적인 연구 주제는 아니지만 큰 연구 분야를 제시하고 어떤 내용들을 연구할 수 있을지 통합적으로 서술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2)의 방법으로 서술했고, 본인의 상황에 맞는 방법을 택해서 작성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한 가지 주제가 아닌 여러 개의 주제를 작성하셔도 됩니다!
학부에서 들었던 내용 중 본인의 희망 연구 분야와 관련이 있는 과목을 위주로 작성하시면 됩니다. 해당 과목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학습했으며, 그로 인해 무엇에 관심이 생겼는지, 또 진행했던 프로젝트나 작성했던 보고서가 있다면 관련 내용을 간략하게 작성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 과목들을 들으며 느꼈던 부분들이 희망 진학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내용으로 구성하시면 전반적으로 일관성 있게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향후 진로와 관련해 생각해둔 내용을 작성하시면 됩니다. 저는 소제목을 달아 화살표를 활용해서 계획을 작성하고(ex. 졸업 → 취업 or 박사/유학 준비 → 박사 진학/유학 → 취업/학계 진출), 그 밑에 구체적인 내용을 간략하게 서술했습니다. 면접에서도 물어볼 수 있으니 구체적으로 작성해두면 좋습니다.
박사과정 지원서라면 석사과정에서 실제 수행했던 연구를 작성하면 되겠지만, 석사과정에 지원하는 경우라면 실제 연구를 수행해본 경험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수업에서 작성했던 보고서나 교내/외 프로젝트 등에서 작성했던 보고서, 소논문, 페이퍼 등의 내용을 작성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또는 학회 활동 등에서 연구에 보조로 참여한 경험이 있다면 관련 내용도 좋습니다. 팀으로 진행했던 연구 프로젝트나, 또는 개인적으로 수업에서 작성했던 페이퍼 등을 소개해도 괜찮습니다. 이 항목도 내용이 길어질 수 있으니 넘버링/기호를 매겨 소제목을 달고 아래에 핵심 내용을 서술하면 보다 좋을 것입니다.
면접 내용은 학교/학과마다 상이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공통적으로 지원 동기, 진학/졸업 후 계획, 연구주제 관련 내용 등을 준비해두면 어느 정도 대비가 될 것입니다. 자기소개서와 학업/연구계획서를 살펴보고 그 내용들을 기반으로 준비하시면 됩니다.
또한 자교 대학원이 아닌 경우라면, 왜 자교가 아닌 이 학교를 선택했는지 등의 질문도 대비해두시는 게 좋습니다. 주로 자교 대학원과 지원 학교 대학원 커리큘럼, 주 전공 분야 등의 차이점들을 살펴보시면 답변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담) 시도나 도전 등이 비교적 어렵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새로운 걸음을 떼기까지 망설임이 긴 사람도 있다. 후자일 경우 그 길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 명분, 타당성 등을 고려하고 따져보아야 확신이 서는 경우도 있다. 나 역시 대학원을 지원하기 전과 후로 많은 고민들에 시달렸고, 원체 강한 확신은 잘 서지 않는 성향 탓에 대학원에 합격해 공부를 이어나가고 있는 지금도 스스로에 대해 반신반의하며 많은 고민들을 이어나가고 있다. 다만 지금은 어떻게 이 많은 논문들을 더 잘 읽어내고, 시간을 현명하게 관리하면서 살 수 있을지, 프로포절 주제는 어떤 것으로 할지 등 보다 단기간의 목표들에 대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런 고민들을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여, 근본적인 고민들(e.g., 대학원을 왜 가려고 하는지나 대학원을 왜 가려고 하는지 등..)은 입학 전에 최대한 끝내고 오는 것이 좋겠다는 사족을 덧붙인다. 물론 생각의 끝이라는 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나름의 답을 내리고 들어와도 또 똑같은/새로운 고민의 벽 앞에 서게 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잘 하고 싶어 문을 열기 전 서성이며 망설이기보다는, 우선 손잡이를 돌려보는 것이 중요하고, 글도 잘 쓰려고 하는 것보다 한 글자라도 쓰기 시작하는 것이 낫다. 대학원 지원 역시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