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서랍 털기(1)
엄마가 글을 써봤으면 좋겠다. 자식의 교육을 끝으로 자신의 쓰임새가 다했다고 생각하는 엄마에게 그렇지 않다고, 당신의 취미를 살려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 엄마는 한 평생을 팬심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그녀가 지금까지도 영어를 그토록 열심히 공부하고 좋아하는 이유는 마이클 잭슨으로부터 비롯됐으며, 그녀의 청춘은 서태지로 가득 차 있다.
엄마는 지금의 BTS가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으로 막 데뷔해 활동할 무렵부터 그들의 비상을 예견했고, 몇 년 전부터 갱년기 증상으로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은 에이티즈라는 아이돌 그룹이다.
50이 넘은 나이로 가끔은 스스로가 주책 맞다고 생각하는 엄마이지만, 기획사 사장에 견주어 볼 만한 비판적인 시선과 문화 산업을 통찰하는 능력을 살려보았으면 좋겠다.
나는 엄마가 살아 있는 대중문화의 보고라고 생각한다. 대학원에서 팬덤 문화에 대한 교수님의 연구를 접하면서, 엄마가 이것을 공부하면 잘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 본격적인 길이 아니더라도, 아주 가볍게 그녀만의 시각을 글로 풀어가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