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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미 Sep 08. 2024

달이 생긴 이유




먼 옛날 세상이 어둠뿐일 때 

딸을 열두 명 낳은 할머니가 사셨단다

딸들은 모두 먼 곳에 시집 가 

할머니를 만나러 오지 못 했지

딸들이 어찌나 보고 싶은지 

할머니는 매일매일 우셨단다

눈물이 고이고 고여 은하수가 되었지

딸들은 상의 끝에 한 달에 한 번 

할머니를 모시기로 했단다

할머니는 밤길을 발맘발맘 걸어 

딸 집에 도착하셨지만

하룻밤 주무시고 집을 나서야 했지

돌아갈 길이 너무 머니까

열한 명의 딸들을 만나러 가야 하니까  

할머니가 딸 집을 오가는 사이

한 달이 지났단다

열두 집을 오가는 사이 

꼬박 일 년이 흘렀단다

돌부리에 차이고 수없이 넘어지고 

할머니는 어느새 상처투성이가 되었지

보다 못한 하느님이 

가장 빛나는 별을 골라

할머니께 보내셨단다   

밤하늘을 오래오래 올려다보면

딸네 집을 오가시는 할머니가 보인단다

보름달 둥근 집에서 활짝 웃고 계시단다

그런데 

맨 처음 하늘이 열릴 때부터 지금까지

달의 뒷모습을 본 사람이 없다는구나

할머니가 아시면 걱정할까 봐 

흉터뿐인 뒷모습을 

등 뒤에 숨겨둔 까닭이란다           



<< 열린아동문학>> 수록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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