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나간 대표 덕분에 인생 세게 배웠다.
그래도 이때 느낀 힘듦과 감정들이 지금의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만, 엄연히 좋은 기억이 아닌 건 사실이기에 절대 잊을 수 없습니다.
숨만 쉬어도 96만원이 나가는데 월급이 90만원이던 비상식적인 상황,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팀"이라는 단어에 넘어가 학교 선배를 따라 이직을 했지만 상황은 처참했습니다.
우선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 싫어 모아둔 돈의 대부분을 서울 원룸의 보증금으로 사용했습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정말 미친 짓이었죠.
제 능력, 브랜딩 부족도 한 몫했지만 센터에 신규 회원님들의 유입이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마케팅을 건물 입구에 있는 현수막과 온라인에 의존했거든요. 고층이라 간판도 없었습니다.
월세 46만원 + 청년희망적금 50만원 = 96만원. 숨만 쉬고 있어도 나가는 돈이었는데 슬슬 월급이 고정 지출과 비슷해지며 모아둔 돈이 점점 바닥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적금은 제 돈이고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지만 부모님 말씀을 듣고 최대한 깨지 않는 방향으로 갔습니다.
상식적으로 센터의 상황이 좋지 않으면 센터 내, 외부에서 문제점을 찾고, 이를 개선해나가잖아요?
아래는 실제로 한 팀이 되자며 이직 제안을 했던 대표가 오픈 3개월만에 저에게 했던 말입니다.
"다른 곳에서 이직 제안이 와서 면접 보러간다. 솔직히 말해 내 센터에 정이 많이 떨어졌다."
그리고 이 당시에 고정 지출보다 월급이 낮아지는 상황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대학원 진학 또한 부담이 많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 진학도 이제 부담이 된다고 대표한테 말을 했었는데요,
"아니 학자금 대출 있잖아. 그거로 레버리지 당기는거지. ㅄ아니야"?
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데이트를 할 때도 여자친구가 데이트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하는 상황이 많아졌는데요, 하루는 제 방에서 여자친구가 이런저런 여행 계획을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행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여행에 드는 비용만 머릿속에 가득하더라고요. 이게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지금 상황이 서럽기도해서 처음으로 여자친구 앞에서 울기도 했습니다.
이후 대표한테 센터의 미래에 대해 물어봤었는데요, 도리어 저한테 화를 냈습니다.
"임대 계약 끝나면 센터 내놓을거라니까?"
"난 박사 복학 할거라니까?"
그리고 마지막 킬링 포인트로
"너도 수업료 더 받으려고 이직한 거 아니야?"
이 말 듣고 바로 책상 박차고 나왔습니다. 나중에 자기가 너무 계산적이었다고 사과하더라고요? 여담이지만 학교 선배한테 이 일에 대해 고민 상담을 했다던데 저렇게 말을 했던건 쏙 빼고 물어봤다고 합니다.
이 날 이후 2주동안 방에서 거의 나오지도 않고 폭식과 게임에 의존했었습니다. 어느정도였냐면 점심으로 김치찜을 먹고 후식으로 티코 아이스크림 한 박스를 먹었어요.
그래도 트레이너를 때려치진 않았습니다. 무료 원포인트 수업을 진행하며 사람들도 만나고 트레이너로서의 보람을 다시 느끼기도 했습니다.
위기를 느낀 이후로 브랜딩도 힘을 더 주고 공부도 더 열심히 해서 스터디도 진행하고 수익도 꾸준히 내고 있습니다.
트레이너라는 직업이 사실 안정적인 직업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요, 그래서 당장 버림받아도 혼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가끔 동기 부여가 잘 안될 때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심장이 뛰며 다시 일터로 나아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