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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 Nov 14. 2024

덕질도 끈기가 있어야 한다.

데이식스가 뭐라고



올해부터 아내가 열심히 응원하아이돌 그룹이 하나 생겼다. 바로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데이식스(Day6)'이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데이식스가 'K팝 밴드 사상 최초'로 국내 최대 공연장인 고척 스카이돔에서 공연을 연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묻지 않아도 당연히 아내의 티켓팅을 도와야 할 처지가 되었다.


https://naver.me/FeX5Bb31



문득 지난 8월 데이식스 콘서트 티켓팅을 함께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와이프가 너무 가고 싶어 해서 필자도 함께 예매 전쟁에 뛰어들었다. 며칠 전부터 컴퓨터 세팅까지 다 마치고 그날만을 기다렸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오픈 시간에 맞춰서 페이지를 새로고침했더니, 단 0.5초 만에 대기 인원이 1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아내는 대기번호가 2만 번이 넘는다며 휴대폰을 꺼버렸다.




1시간이 넘는 기다림 끝에 예약 페이지에 간신히 들어갔지만, 좌석은 이미 모두 사라진 뒤였다.


아내가 얼마나 가고 싶어 했는지 알기에, 며칠 동안 계속 알아봤지만, 취소표는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공연 좌석이 4만 석이나 됐는데도 순식간에 매진이 되었고, 소속사에서 공연장을 너무 작게 잡았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https://naver.me/Gj6Zg9Qy



그렇다고 암표상에게 몇 배나 비싼 돈을 지불하고 표를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남은 방법은 단 하나.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표 나올 때까지 새로 고침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회사 일이 바빠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함께 가는 건 고사하고, 혼자라도 들어가게 해 줄 표 한 장조차 구하지 못했다. 가뭄에 콩 나듯이 취소표가 나오기는 했지만, 그 몫은 '무한 새로 고침'을 하며 빠르게 낚아채는 사람들의 차지였다.


아내에게 티켓을 구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다른 기회를 기다려보자고 이야기했다. 아내도 며칠간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아내에게 갑자기 전화가 왔다.


표를 구했다는 것이었다. 예매 사이트와 팬 카페를 수시로 들락날락한 끝에 마침내 성공한 것이었다.


취소표를 구하는 것을 '취켓팅'이라고 한다. 취소된 표를 구하는 것도 이렇게 어려워서, 이제 공연 하나 제대로 볼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공연이든 팬 덕질이든, 무얼 하든지 간에, '그만큼 미쳐서 열정을 쏟은 만이 열매를 얻을 자격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티켓을 구하기까지 고생이 많았던 만큼, 아내가 그 순간을 즐기고 온 것만으로도 필자역시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이제 2차전을 치러야 한다. 이전에 공연한 곳보다 고척 스카이돔이 더 큰 규모라고 하지만, 방심할 수 없다. 수능이 끝나고 나면, 10대 팬들이 우르르 쏟아질  분명하기 때문이다.


자, 전쟁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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