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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웃다가 꽂힌 한 문장

영화 <쿵푸팬더3>

by 아카


아이와 함께 무심코 보게 된 애니메이션 한 편, <쿵푸팬더3>.


처음 개봉했을 때부터 좋아하던 시리즈였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다시 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더 잘 만든 작품이라는 걸 새삼 느꼈고, 익살스럽고 유쾌함은 여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영화 속에 담긴 메시지들이 더 깊이 다가왔다.

<쿵푸팬더3> 영화 공식 스틸컷


포는 이미 용의 전사가 되었지만, 이번엔 전혀 새로운 역할인 '스승'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때 마스터 시푸는 말한다.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발전할 수 없어.


그 말이 유독 마음에 남았다. 우린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잘하는 일, 익숙한 방식에만 머무르며 스스로를 지키려 하니까.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건 어설프고 힘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성장이라는 건 늘 그런 불편함을 마주하고 극복할 때 생기는 것이겠지. 포처럼.




자신이 카이를 이길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포에게, 시푸는 이런 말을 덧붙인다.


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해.



저 말은 마치 내게도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자신을 깎아내리고,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돼."라는 말로 가능성을 묶어두는 건, 어쩌면 어른이 된 우리가 더 자주 하는 일이 아닐까?



이번 영화의 중심 질문은 나름 분명했다.


나는 누구인가?



포는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뿌리를 찾아 떠난다. 진짜 아버지를 만나, 판다 마을에서 살아가며, 스스로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사회가 원하는 모습, 주변의 기대 속에서 우린 종종 진짜 '나'를 잊고 살아간다.


하지만 영화는 말한다. 진정한 힘은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나오는 것이라고.



아이와 함께 본 영화였지만, 오히려 제가 더 깊이 빠져들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들이 요즘 내 고민과도 묘하게 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포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익숙한 일상 속에서 나를 조금은 다정하게 들여다보게 된 시간이었다.


처음 쿵푸팬더를 봤을 때의 유쾌함이 여전히 반가웠고, 아이와 함께 웃으며 다시 만난 이 이야기는 어느새 마음 한쪽을 조용히 두드리고 있었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시선으로 나를 돌아보게 해주는 영화, 그래서 이번 관람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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