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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로서의 나에서 한 사람으로서의 나로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by 아카


최근 개봉한 <드래곤 길들이기> 실사판을 아이와 함께 봤다. 예전에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지만, 이번엔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땐 단순히 드래곤과 친구가 되는 이야기로만 봤는데, 이번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보인다.


세대 간 갈등, 주체적인 선택, 그리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한 소년의 여정.




히컵은 드래곤을 무찔러야만 전사로 인정받는 바이킹 족장의 아들이다. 하지만 그는 전사로서의 자질도, 싸울 마음도 없다. 모두가 싸워야 한다고 믿는 상황 속에서, 히컵은 멸시와 실망을 감당해야만 했다. 그러던 중 다치고 겁에 질린 드래곤을 만난 그는, 싸움 대신 손을 내민다. 자신이 믿는 방식대로 끝까지 나아간다.


결국 드래곤과 친구가 되고, 부족에게 싸움 말고도 다른 길이 있음을 증명해 내는 히컵. 그의 선택은 부족 전체의 운명까지 바꿔놓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삶이 겹쳐졌다. 스무 살에 서울로 올라온 뒤,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보다 혼자 살아온 시간이 더 길어졌다.


장손으로 태어나 '착한 아들', '책임감 있는 아이'라는 기대 속에 살았고, 그게 당연하다고 여겼던 나.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남들의 기대보다 '나다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부모님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됐다. 그 차이는 때로 오해와 서운함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기대를 외면해서가 아니라, 이젠 내 삶의 방향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희생과 책임을 미덕으로 삼던 시대를 살아오신 분들이기에, 내 선택이 낯설고 때론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이제 내게도 가족이 있다. 삶을 함께하는 아내가 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지켜보는 아들이 있다.


나는 아들에게 말보다 삶으로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자신만의 길을 찾는 게 왜 중요한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용기가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히컵처럼 나도 완벽하지 않다. 가끔은 방향을 잃고, 방황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 나는 내 방식대로 드래곤을 길들이는 중이라는 것이다.


가끔 부모님과 통화한 뒤 마음이 무거울 때가 있다. 예전처럼 모든 걸 맞춰드릴 수 없는 현실이 죄송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내 삶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 그게 부모님께 받은 사랑에 대한 가장 진실한 보답 아닐까?


부모님의 마음은 여전히 내 안에 있다. 이제는 남이 아닌, 나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고 싶다. 히컵처럼, 누군가의 방식이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나를 지키면서.


그리고 언젠가, 그 길 위에서 "이게 바로 나 다운 삶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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