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흔들릴 때, 돌아갈 자리가 있는가

투자 열풍 속, 내가 붙잡은 단 하나

by 아카


2주 전 어느 날, 휴가를 맞아 아내와 백화점에 들렀다. 휴가라 느긋한 마음으로 걷던 중, 유난히 사람들이 몰려 있는 한 공간이 눈에 띄었다.


무슨 행사인가 싶어서 살펴보니,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연 팝업스토어였다. 줄을 따라 선 사람들을 보며 문득 스쳐가는 생각 하나.


'이 사람들도 다 본업이 있을 텐데'


물론 점심시간을 이용했을 수도 있고, 휴무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줄이 길다는 건, 요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투자에 관심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고물가, 저성장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내 돈을 지키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과제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 관심이 '수익'에만 쏠리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 중심이 되어주는 본업을 굳게 지키는 일은 단지 생계 활동을 넘어,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한 축이 아닐까.



당장 큰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한 걸음씩 쌓아온 시간과 경험은 나만의 맥락이 되고, 삶의 방향과 의미를 만들어주는 근간이 되기도 한다.


내 주변에는 본업은 대충 하면서, 하루빨리 투자로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몇 분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는 Fire족의 삶, 말 그대로 '꿈'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전업투자자조차도 꾸준히 수익을 내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오히려 그들은 그 세계가 얼마나 불확실하고 냉정한지를 알기 때문에, 누구보다 철저히 준비하고, 신중하게 움직인다.


그런데 우리는 때로 너무 막연한 기대만으로, 지금의 자리를 쉽게 내놓기도 한다. '돈'이라는 눈앞의 결과만 좇다가, 정작 '내가 진짜 지켜야 할 가치'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선택이 정말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까?


본업이라는 자리는,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준점이 되어준다. 그런데 그게 흔들리면, 어느 방향으로도 단단히 나아가기 어려워진다.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오며, 나는 다시 한번 삶의 방향을 돌아본다.


빠른 길보다 중요한 건, 흔들리지 않는 길.


그 길을 천천히, 나답게 걸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