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카리나가 이렇게 생겼다고?

나도 아직 세상 흐름 속에 발 딛고 있구나

by 아카


한때는 그랬다. TV를 보다 아버지께서,


코요테? 그게 뭐야?


라고 하셨을 때, 난 속으로 피식 웃었다.


"아빠, 그건 아이돌 그룹 이름이에요."

"그래? 이 친구들은 잘 나가는 그룹인가?"


아버지는 '최근에는 누가 핫한지' 외우기 위해 아이돌 기사에도 관심이 많으셨다. 그때는 참, 대단한 열정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굳이 저걸 왜 외우시지?' 싶었다.


그런데 말이다.

세월의 흐름이라는 게 참 묘하다.


나는 아직 아이돌 모를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트와이스나 아이브 정도는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뉴진스, QWER, 르세라핌, 아이들...

어느 순간부터 아이돌 그룹들의 이름이 낯설게 느껴진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뭔가 영어 단어 같기도 하다. 그래도 '카리나'의 존재는 대충 알고 있었다. 예쁘기로 유명한 멤버라는 것도. 그냥 얼굴이 잘 기억 안 났을 뿐, 모르는 건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건물 앞에 엄청난 크기의 광고판이 붙었다. 그제야 '카리나'의 얼굴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


이마가 시원하게 드러난 헤어스타일, 맑고 큰 눈, 단정한 옆선.


"왜 사람들이 예쁘다고 했는지 알겠네."
라는 말을 저절로 내뱉게 되었다. 그러면서 살짝 웃음도 났다. 예전에 아버지를 바라보았던 그 시선으로, 내가 연예인들을 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얘 요즘, 제일 잘 나가잖아요.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후배들의 말투도, 예전에 내가 쓰던 그 말투였다.

출처 : https://www.mlb-korea.com



돌고 도는 게 인생이라는 말,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누군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요즘 누가 뜨는지 궁금해하는 것도 결국은 관심 표현이고, 세대 간 거리를 좁히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아버지가 아이돌 이름을 외우셨던 것도, 자식과의 대화가 끊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을까? 아니면 그냥 나처럼, 예뻐서 궁금하셨던 걸 수도 있고.


광고판 앞에서 멈춰 선 내 마음은, '그래도 아직 세상 흐름 속에 발 딛고 있구나' 하는 작은 확인 절차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누가 예쁘고 누가 핫한지 궁금해하는 건, 나이 들었다는 증거가 아니라,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이니까.


그래서 요즘 지나다니면서 광고판을 한 번씩 슬쩍 쳐다본다. 그리고 오늘도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그래, 진짜 예쁜 거 맞네.


그렇게 또 한 번,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려는 나만의 소소한 노력은 계속된다. 다행히도 아직은 괜찮은 것 같다. 아직 이름 모르는 아이돌은 많지만, 예쁜 건 알아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