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가치, 사람의 마음
지난 주말, 아이 영어 시험 때문에 서울 소재의 한 중학교에 다녀왔다. 아이 학교를 제외하면 다른 학교에 들어선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교문을 지나 들어서자마자 내 어린 시절 학교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교실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난로가 놓여 있었다. 겨울이면 친구들과 둘러앉아 손을 녹이고, 도시락을 데우기도 했다. 수업 시간에는 분필 가루가 하얗게 날렸고, 청소 시간마다 아이들이 창문을 닦고, 걸레를 빨고, 밀대를 밀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운동장은 모래 먼지가 풀풀 날렸고, 여름이면 뙤약볕 아래서 숨이 턱 막힐 때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 학교는 많이 달랐다. 칠판은 어느새 화이트보드로 바뀌어 있었고, 책상과 의자는 최신식으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교실 뒤편에는 사물함과 분리수거함이 가지런히 놓였고, 운동장은 모래 대신 잘 관리된 잔디로 덮여 있었다. 먼지 걱정 없이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 스쳤다.
세상 참 좋아졌다. 이렇게 점점 살기 좋아지는구나.
부러움과 함께 묘한 감정이 들었다. 요즘 아이들이 공부하고 생활하는 환경은 확실히 우리 때보다 훨씬 나아졌다. 교실은 밝아졌고, 냄새와 먼지로부터도 자유로워졌다. 선택과 집중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 마련된 셈이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렇게 좋은 환경이 모든 걸 해결해 주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가 바뀌고, 도시가 변하고, 시대가 흘러도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 누군가는 여전히 자신의 불편함만 탓하며 멈춰 서 있고, 반면 어떤 사람은 그 속에서도 스스로 집중할 대상을 찾아내고, 주어진 환경을 발판 삼아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간다.
나 역시 집을 이사하며 이런 변화를 느낀 적이 있다. 계획도시라 탄천 길이 정말 잘 정비되어 있다. 예전 동네에서는 달리다 보면 늘 신호등에 막히고, 길을 돌아가야 했지만, 이곳에선 흐름을 끊지 않고 쭉 달릴 수 있다. 단지 환경이 조금 바뀌었을 뿐인데, 달리기 속도와 체력, 심지어 마음가짐까지 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덕분에 운동을 게을리하면 오히려 내 잘못처럼 느껴진다.
결국 학교도, 도시도, 사람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환경이 좋아졌다고 해서 모두가 성장하는 것도 아니고, 환경이 불편하다고 해서 모두가 멈추는 것도 아니다.
잔디 운동장과 최신식 교실을 바라보다 문득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흙먼지가 날리던 운동장에서 우리는 친구들과 웃으며 뛰어놀았고, 분필 가루 가득한 교실에서 꿈을 키웠다. 지금 아이들은 조금 더 깨끗하고 좋은 환경에서 자라겠지만, 결국 그들을 키우는 건 교실보다 그 안에서 흘린 땀과 노력, 그리고 스스로 선택하는 힘이 아닐까 싶다.
세상은 분명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바로 사람의 마음이다. 주어진 환경을 탓하기보다, 그 환경 속에서 내가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을지 찾아내는 것. 그게 시대를 초월해 우리가 붙잡아야 할 가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