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치고, 마음이 개다.
모처럼 칼퇴를 한, 지난주 어느 날이었다. 사무실에 있을 땐 전혀 몰랐는데, 비가 많이 왔나 보다. 갠 하늘을 보니, 생각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여러분들은, 하늘이 가장 깨끗해 보일 때가 언제라고 생각하나요?
맑은 날도 좋지만, 난 비 내린 직후의 하늘이 참 좋다. 잔뜩 쏟아진 뒤 고요해진 하늘을 보면, 내 마음까지 탁 트이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사람 마음도 그렇지 않은가?
살다 보면 마음이 눅눅해질 때가 있다. 말 한마디에 예민해지고, 생각은 자꾸 부정적으로 흐른다. 뭐 하나 잘 풀리지 않으면 전부 다 귀찮아지고.
처음엔 '이 정도쯤이야' 하다가도, 어느새 감정의 구름이 몰려와 마음이 눅눅해지고, 작은 말에도 울컥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햇살도, 바람도 느끼지 못한 채 하루가 스쳐간다.
나도 그런 적이 많다. 그냥 넘기려다 어느 순간엔 머리도 마음도 복잡해져 있었던 경험.
그래서 요즘은 억지로 덮지 않으려 한다. 친한 사람에게 툭 털어놓거나, 운동하거나, 도저히 안 되면 그냥 잠이라도 잔다. 그렇게라도 마음속 습기를 걷어내야 다시 숨 쉴 여유가 생기더라.
예전에 프로젝트를 마치고 밤늦게 퇴근하던 길, 문득 하늘을 봤던 기억이 난다. 별이 그렇게 또렷해 보일 수가 없었다. 몸은 피곤했는데, 마음은 이상하게 가벼웠다.
아, 다 끝났구나.
그 생각이 드니까, 그제야 긴장이 풀리고 잊고 있던 평온함이 돌아왔다.
그런 걸 보면, 항상 괜찮을 수 없다. 흐린 날도 있고, 비도 오고, 바람도 불어야 맑은 날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
하늘은 참 많은 걸 가르쳐 준다. 맑음은 비 뒤에 온다는 것. 그리고 그 맑음은, 이전보다 더 투명하고 깊다는 것.
이제는 구름이 몰려와도 겁내지 않기로 하자. 지나고 나면 다시 맑아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