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감추고 살아가는 무늬에 대하여,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by 아카


지난 주말에 넷플릭스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봤다. 재밌다는 이야기는 정말 많이 들었는데, 거시 벽에 빔을 쏘며 이제야 아이와 함께 보았.


처음엔 K-POP 음악과 퇴마 액션이 결합되어 있는 독특한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 보다 보니 생각지 못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주인공 루미는 걸그룹 '헌트리스'의 멤버이자 악령 사냥꾼(헌터)이다. 무대 위에서는 카리스마 있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이지만, 자신을 감추려는 불안과 조심스러움이 이면에 숨겨져 있다.


왜냐하면 루미는 '악령의 문양'을 지닌 채 태어났기 때문이다. 인간과 악령, 그 경계에 있는, 말하자면 '하이브리드' 같은 존재가 바로 루미였던 것이다. 그 문양은 그녀가 숨기고 싶은 정체성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악령을 무찔러야만 하는 헌터의 운명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감정이 격해질수록 그 문양이 선명하게 드러나기에, 늘 자신을 통제해야만 했다. 헌트리스 동료들에게도 마음을 쉽게 열 수 없고, 혹시라도 자신이 감추려고 했던 게 드러나면, 버림받거나 거부당할 게 뻔한 상황.


영화를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상처, 콤플렉스, 말 못 할 과거들. 우리도 감추고 싶은 무늬 하나쯤은 갖고 살지 않나? 들킬까 봐 조심스럽게 살아가고, 애써 괜찮은 척하며 자신을 숨기곤 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는 듯했다.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부분이 있지만, 그걸 어떻게 드러내고 치유하느냐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루미는 그 문양을 없앨 수 있는 날이 오기 전까지 숨겨 왔지만, 결국엔 그 문양을 드러내도 괜찮다는 걸, 그리고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어쩌면 치유라는 건 누군가의 마법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내가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그녀는 그렇게 더 이상 자신을 감추지 않고, 진심을 담아 노래를 부른다. 그러자 그 순간, 꼬여있던 모든 것들이 실마리를 찾으며 영화는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간다.


문양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녀가 숨기고 싶은 비밀이 아닌, 그동안 살아온 시간을 증명하는 흔적이 되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
일부러 외면해 왔던 내 모습들.


영화가 끝난 후, 내 안의 문양도 떠올려본다. 이걸 계속 감출 것인지, 아니면 꺼내어 들여다보고, 있는 그대로 인정할 것인지. 그리고 그건 결국 '나의 선택'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단지 악령을 물리치는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내 안의 어둠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그리고 어둠 속에 있는 나 자신을 얼마나 다정하게 껴안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혹시 여러분들도 마음속 어딘가에 감추고 싶은 문양 하나쯤 안고 계시지 않나요?


그게 무엇이든, 오늘만큼은 그걸 탓하지 않고 바라봐 주면 좋겠다. 그 문양은 결함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일부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