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웃고, 함께 기억할 수 있다면
여름휴가를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아이가 가장 좋아할 만한 곳을 우선순위에 두기로 했다. 그렇게 선택한 곳이 레고랜드였다.
"놀이 기구가 단순하다."
"레고랜드가 적자로 운영되고 있다."
"더울 때 가면 고생만 한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
이런 말이 끊임없이 들려왔고, 뙤약볕 아래 노출된 구조와 만만치 않은 숙박비는 많은 부담이 되었다. 아이가 레고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고민조차 하지 않았겠지만, 레고 덕후 아이에게 즐거운 경험이 되길 바라면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출발했다.
도착했을 때의 첫인상은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한산한 입장객 수, 피할 곳 없는 뜨거운 햇살, 단순해 보이는 놀이 기구들.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심심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안에도 분명한 즐거움이 숨어 있었다. 호텔 곳곳에는 레고 블록들이 비치되어 있어 아이들은 몇 시간이고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었다. 블록들이 아이 손에서 칼이 되고 방패가 되고, 미키/미니마우스가 되어가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기도 했다. 30분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이곳의 아이들은 끝도 없이 상상하고 또 만들어냈다.
호텔 내 투숙객 전용 프로그램들도 의외로 알찼다. 일찍 도착해 클릭 전쟁을 치러야만 할 정도로 인기 많은 '크리에이티브 워크숍'과 '키즈 그라운드', 그리고 어린이 풀장 '워터 플레이'까지. 이걸 모두 이용하려니 1박 2일이 오히려 짧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가장 즐거웠던 건 '스플래시 배틀'이었다. 해적선을 타며 주변 사람들과 물 대포 싸움을 벌이는 놀이였다. 아이는 신나서 두 번을 탔고, 나도 함께 하면서 물벼락을 뒤집어썼다. 수영장에 빠진 것처럼 옷이 흠뻑 젖었지만, 그 덕에 더위가 싹 날아갔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반전도 있었다. 적은 입장 인원 덕분에,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에서는 기다리기만 했던 롤러코스터를 원 없이 탈 수 있었다. 어른인 나에게도 작은 보상이었다.
솔직히 이곳에 다시 오게 될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아쉬운 점과 부족해 보이는 부분, 가격 대비 비싼 부분도 분명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이의 표정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면, 이번 여행은 충분히 의미 있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여행도 사람도 장소도 겉만 보고 쉽게 판단해 버리는 일이 참 많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새삼 깨닫는다.
기대 안 했던 순간에서 웃음이 터지고, 생각지 못한 곳에서 마음이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무엇이든 가능성은 존재하고,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또 다른 즐거움을 발견하게 된다는 걸.
그리고 어른들의 섣부른 판단이 아이들의 기쁨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