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느린 시간 속에서 일한다는 것

보험회사에서 사람의 선택과 태도를 바라보며

by 아카


사실 이 브런치북을 연재하면서, 무언가 특별한 이야기를 하려 했던 건 아니었다.


다만 오래 한 자리에서 일하면서 있었던, 몇 번의 이동과 수많은 변화 앞에 서 있던 한 사람의 시간을 조심스럽게 적어보고 싶었다. '보험사'라는 다소 느린 공간에서, 빠르지 않게 흘러온 나의 하루들.


돌아보면, 나는 늘 망설이면서도 결국 한 걸음씩 내디뎌 왔다. 인수인계를 앞두고는 사람을 먼저 떠올렸고, 새로운 일을 맡기 전에는 책임의 무게를 먼저 생각했다. 안정적인 자리에 머무는 선택도, 다시 초보가 되기로 한 선택도, 결국 같은 선 위에 있었다. 도망치지 않으면서도, 필요 이상으로 앞서 가지 않으려는 태도를 잃지 않고 싶었다.


이 브런치북에 담긴 이야기들은 큰 성취나 극적인 변화의 기록은 아니다. 오래 일하다 보니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들, 익숙함 속에서 놓치고 있었던 감정들, 그리고 여전히 배우는 중이라는 사실에 대한 조용한 고백에 훨씬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너무 평범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삶은 드라마처럼 단번에 바뀌지 않아도, 하루하루의 선택과 태도 속에서 천천히 방향을 만든다는 걸.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 어떤 마음으로 자리를 건너가느냐가 오래 남는다는 것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비슷한 질문을 품고 있을지 모르겠다.


계속해도 되는지, 바꿔야 하는 건 아닌지, 지금의 선택이 맞는지. 이 글들이 뚜렷한 답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잠시 멈춰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면 그걸로도 충분할 것 같다.


난 여전히 이 일을 하고 있고, 계속 새롭게 배우는 중이다. 아마 앞으로도 수없이 망설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망설임마저 지금의 나를 이루는 한 부분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조금 느리지만 계속해서 이 자리를 걸어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