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밝히고 있으니까
밤이 깊어지니 아파트 창문마다 다른 빛이 새어 나온다.
같은 건물, 같은 라인에서도 어떤 집은 포근한 노란빛을, 어떤 집은 차가운 흰빛을 내뿜는다. 밝게 빛나는 창도, 어둠 속에 잠긴 창도 있다. 창문을 통해 각자의 이야기가 스며 나오는 것 같다.
노란빛이 가득한 집에선 온기가 느껴진다. 따뜻한 저녁을 함께하는 가족, 잔잔한 조명 아래 책 읽는 사람,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공간. 그곳에서는 하루의 끝이 평온할 것 같다.
반면, 새하얀 빛을 머금은 창 너머엔 여전히 분주한 시간이 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책상 앞에서 공부하는 학생, 모니터 불빛에 의지해 늦게까지 일하는 직장인. 그곳에서도 또 다른 삶이 이어지고 있겠지.
아예 불빛이 없는 창도 있다.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깊은 잠에 빠진 사람, 조용한 어둠 속에서 생각에 잠긴 사람. 어쩌면 오늘은 그저 쉬고 싶었을지도.
하지만 불이 꺼졌다고 해서 그 빛이 사라진 건 아니다. 어둠이 지나가면 다시 불이 켜지듯, 언젠가 다시 밝아질 테니까.
창밖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람도 저 불빛과 다르지 않다는 걸.
멀리서 보면 우리는 모두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같은 길을 걷는 것 같아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저마다 다른 색을 지니고 있다.
어떤 이는 부드럽고 따뜻한 빛으로 주변을 감싸 안고 있다. 다정한 말 한마디로 위로가 되는 사람들. 또 어떤 이는 차분한 흰빛처럼 조용하지만 깊은 존재감을 남긴다. 화려하진 않지만,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필요한 순간 빛을 비추는 사람들. 또 다른 이는 강렬한 조명을 켜고 자신만의 색으로 세상을 환하게 밝힌다.
중요한 건 모든 빛이 같았다면, 야경이 이렇게 아름답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하나의 불빛인지 모르겠다. 수많은 불빛이 모여 하나의 풍경을 이루듯,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빛으로 세상을 밝히고 있으니까.
크든 작든, 따뜻하든 차갑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