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은 계속된다
올해 목표 중 하나는 '비움'이다.
새해를 맞아 크고 작은 다짐을 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실천하고 싶은 건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일이다.
단순히 물건 정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공간과 마음까지도 가볍게 정돈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처음엔 하나하나가 소중했던 것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필요 없는 것들이 늘어났다. 집안은 점점 가득 차고, 어수선한 공간이 마음까지도 복잡하게 만들게 되었다.
결국,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하나씩 정리해 보기로 결심했다.
아이가 자라면서 쓰지 않는 물건들이 점점 늘어났다. 작아진 옷과 신발, 한때 애착을 가졌던 장난감들.
처음에는 '추억이 깃든 물건'이라며 차마 버리지 못하고 보관했지만, 어느새 그것들이 한가득 쌓여 집 안을 차지하고 있었다.
혹시 아이가 나중에 다시 찾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정작 아이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결국, 나와 아내의 미련이었던 것.
결혼 전에 구입했던 물건들이나 신혼 초 설레는 마음으로 들였던 가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낭만을 꿈꾸며 샀던 여러 물건들, 읽지도 않으면서 자리만 차지하는 책들, '취미활동'이라는 이유로 쌓아둔 잡동사니들을 보며 문득 깨달았다
이건 내가 왜 샀을까?
싶은 것들이 한가득이라는 사실을.
한 달 전에는, 10년 된 공기청정기를 처분했다.
처음 샀을 땐 물론 잘 썼다. 하얀 필터가 몇 개월 만에 새까매지는 걸 보면 '제대로 작동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부피도 크고 시간이 흐르면서 성능은 예전 같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비싼 필터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아직 작동 잘 되는데'라는 생각에 계속 갖고 있었지만, 결국 과감히 버리고 나니 오히려 속이 시원해졌다.
한 달 전부터 지난주까지, 안 읽고 쌓아둔 책 100여 권도 여러 번 정리 끝에 마무리를 지었다. 철 지난 아이 책도 있었고, 관심이 생겨서 구매했지만 잘 읽히지 않는 책들도 있었다. 구입하는 속도를 책 읽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꼭 필요한 책만 남기고 중고 서점에 판매하거나 도서관에 기부했다. 책장을 정리하고 나니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며칠 전에는 커다란 식탁을 교체했다. 신혼 초에는 식탁에 앉아 여유롭게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여러 번 이사하는 동안 식탁은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결국, 물건이 쌓이는 공간이 되어버린 지 오래되었고, 이제야 생활 방식에 맞게 더 실용적인 것으로 바꾸었다.
집 안이 정리되니 머릿속도 가벼워진다. 꼭 필요한 것만 남기니 청소도 쉬워지고, 생활도 단순해졌다.
앞으로 불필요한 것들을 쌓아두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그리고 비운다는 건, 물건뿐만 아니라 감정도 마찬가지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비움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치우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과거에 대한 미련을 덜어내는 일이기도 한다는 것을.
한때 소중했던 것이라도 지금 나에게 의미가 없다면 떠나보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불필요한 미련과 후회를 덜어내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비움의 시간은 계속될 것이다. 다음 주에는 옷장을 정리하려고 한다. 언젠가 입을 것이라며 보관해 둔 옷들. 하지만 몇 년째 한 번도 손이 가지 않았던 옷들을 보며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려고 한다.
이 옷, 정말 내가 입을 옷인가?
비워야 새것이 들어온다고 했다. 공간을 비우고, 마음을 비우며, 더 가볍고 단순한 삶을 향해 나아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