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예의
작년 3.1절에는 제암리 3.1 운동 순국기념관을 다녀왔었다. 평범한 시골 한가운데 자리한 그곳은, 백여 년 전 잔혹한 학살이 벌어졌던 곳이었다.
희생자들의 슬픈 기록을 마주하며, 아이 손을 꼭 잡고 한동안 말없이 서 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올해 3.1절에는 또 다른 역사의 현장, 서대문형무소를 찾았다.
형무소 앞에 서니 기분이 묘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날씨였지만, 무거운 역사의 그림자가 공기 속에 스며든 것 같았다. 붉은 벽돌과 철문, 높이 솟은 망루를 보니, 마치 시간의 문이 열리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형무소 안으로 들어서니,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켜켜이 쌓인 고통의 순간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차디찬 감옥, 수인번호가 새겨진 나무 문, 창살 너머로 스며드는 빛까지.
이곳을 거쳐 간 분들의 숨결을 느끼며, 우리는 100년 전 그때의 시간 속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아빠, 여기가 감옥이야?"
"응, 예전에 많은 분들이 여기 갇혀 있었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음이 참 복잡했다. 이곳을 거쳐 간 분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둡고 좁은 감방에서 창살 너머 비치는 하늘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좁은 독방 안으로 들어섰을 때, 아이가 내 손을 잡아당겼다. 조그마한 창 하나밖에 없는 그곳을 바라보며, 아이는 이해되지 않는 듯이 물어본다.
"아빠, 여기에 사람들이 갇혀 있었어?"
"응, 이곳에서 많은 분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셨지. 독립을 꿈꾸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신 분들이야."
시간이 흘러도 이곳에 남아 있는 아픔은 쉽게 사라지지 않겠지.
언제쯤이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더 이상 먹먹한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될 날이 올까요?
아니, 그런 날이 와도 괜찮을까요?
우리에게 주어진 평범한 일상은 누군가의 희생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억들을 잊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예의가 아닐까?
여러분들도 지나간 역사를 돌아보고, 자녀분들과 이야기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떠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