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났다.

오늘날에는 모두가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

by 삶예글방

2025년 11월 12일 문장밥


어젯밤, 수면의 중요성에 관해 한참 영상을 보며 토론하고 누워서는 새벽 네시에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달에 있을 아쳅토 이사 준비에 대한 생각이 들어차기 시작하더니 새벽 한 시에 별안간 공간 구성에 대한 그림을 떠올리기 시작한 겁니다. 공간을 그리다 보니 어느샌가 가구와 인테리어 도구 등을 검색해 벌게지도록 충혈된 눈으로 화면을 스크롤링하며 열심히 찾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네시가 넘어 있더군요. 아찔해지는 마음을 붙잡고 곧 잠에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오늘 아침, 잠을 빚지고 무겁게 일어나 저도 모르게 두 손을 꼭 맞잡았습니다.


제발,,! 나를 학대하지 말자.



출근길에 에리히프롬의 책을 읽었어요.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라는 책이요. 그 책에서 이 문장을 읽고 오늘의 문장밥은 이렇게 차리자. 싶었습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났다. 오늘날에는 모두가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 모두가 자기 밖의 목적을 위해 자신을 이용한다.


이전에 밑줄을 그어 둔 문장이었는데, 오늘은 유난히 더 와닿았습니다. 앞 뒤의 맥락을 함께 읽어보시면 저자의 시선을 깊이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모두가 자신의 자유의지로 행동한다는 착각 속에서 산다. 하지만 실제로 현대인은 자기 자신에 대해 가장 많이 착각한다.

(...)

서구 민주주의 사회에서 뿐 아니라,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야만적인 착취의 대상이던 식민지 주민들과 관련해서도 착취는 끝이 났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 물질적 형태의 착취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급격한 감소 추세로 미루어 볼 때 다음 세대에는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났다. 오늘날에는 모두가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 모두가 자기 밖의 목적을 위해 자신을 이용한다.

결국 수단을 목적으로 변화시키는 것, 사물의 생산만이 중요한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물로 변화시킨다. 우리는 인간처럼 행동하는 기계를 생산하고, 점점 더 기계처럼 행동하는 인간을 제작한다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나 자신을 사물로, 수단으로 변화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되는 아침밥이었습니다.


타인에 의한 착취가 아닌 스스로를 착취하게 되는 사회. 나를 돌보는 일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오늘 하루 조금만 더 나를 아껴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