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보내는 편지

삶의 모양은 여러 가지니까

by 삶예글방


벌써 여기 온 지 3일째야.

화요일에 도착해서 목요일이니 얼마 안 된 것 같으면서도 벌써 일요일 출발까지 3일밖에 안 남았다.

시간이 참 빨라.

워낙 한적한 곳이라서 우버도 부르기가 어려워.

세상에 오늘 아침엔 한 시간이나 기다렸지 뭐야. 그래도 기다리는 동안 숙소에서 와인 테이스팅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언제 할 수 있으려나 시간 내기가 애매했는데 딱 맞게 끼워 넣으니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



이번 여행은 즐거운 우연이 가득해.

도착한 첫날 산책이나 좀 할까 하다가 들른 와이너리는 와인도 너무 맛있고 마침 한국으로 수출할 방법을 찾고 있던 참이었던 거야.

그래서 바로 와이너리 오너와 수출 담당자까지 만나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너무너무 즐겁고 신기한 경험이었어.



오늘 낮에 들렀던 와이너리에서는 도보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치즈가게에 간다고 하니까 가는 길이 걷기에 위험하다며 태워다 주는 거야.

물론 평일 낮이라 바쁘지 않아서 그러기도 했겠지만 아무리 잠깐이라도 귀찮고 번거로울 수 있잖아.

순수하게 베풀어주는 선행을 경험하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는 생각도 들더라고.



사실 떠나기 전 며칠간은 너무 힘들었거든.

일도 하나도 하기 싫고 사람들도 정말 싫었어.

그런데 여기 와서 한적하고 아름다운 시골길을 산책하는데 내 인생이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게 너무 웃기더라고.

그냥 휴식이 좀 필요했구나, 벗어날 필요가 있었구나 싶었어.




어떻게든 버티고 이겨내는 것보다 잠깐 멈추고 내가 원하는 속도가 어떤 건지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으니까.

또 편지할게!






재영 작가소개 최종.jpg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