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지만 깨닫게 되는 것들
일주일간의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사실 집은 엉망진창이었어.
출발하기 전에 청소를 마무리하려고 했었는데 엄마 집이 이사하면서 나온 짐들도 쌓여있고 어디에 어떻게 정리해 넣어야 할지 도무지 결정 못한 물건들이 엄청 많았거든. 비행기를 타러 가는 길에도 돌아와서 우울한 기분이 들면 어쩌지 하면서 걱정도 했는데 다행히도 집에 돌아왔을 때의 기분은 완벽히 괜찮았어.
집에 도착하자마자 밀린 빨랫감을 꺼내 세탁기를 한번 돌려두고 얼른 밥을 먹으러 다녀왔어. 일주일간 구경도 못한 빨간 국물이 너무 먹고 싶은 거야. 모자를 눌러쓰고 얼른 뛰어가서 짬뽕순두부를 먹었어. 좀 살 것 같아진 상태로 건조기를 돌리고 세탁기를 또 돌렸어.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하얀 옷, 검은 옷, 양말, 수건 등등 여러 차례 나눠 다섯 번도 넘게 세탁기를 돌리면서 발에 차이던 잡동사니들도 여기저기 자리를 찾아 넣어주고 식기세척기도 돌렸어.
여행 전에는 일주일 걸려 했던 양의 청소를 하루 만에 한 것 같아. 한동안의 떠남이 익숙한 공간을 조금 다른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주었나 싶더라.
12시간이 넘는 비행으로 근질대는 머리를 감으면서 생각했어.
사실 인간은 이렇게 한 군데 오래 살도록 되어있지 않은 게 아닐까?
그래서 한 번씩 떠나야지만 전에 가졌던 것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면 인류는 어떤 물건도, 어떤 공간도 이렇게 오래 누려본 적이 없잖아. 수명이 이렇게나 길어진 것도 불과 100년이 채 되지 않았고. 10세대쯤 전 조상들의 보금자리는 천재지변이나 세월에 의해 부서지고 가진 물건들도 비슷한 이유로 망가지곤 했을 거야. 몇 년씩 같은 것 없이 망가진 것을 고치고 새로 만들어내야 하는 삶이 당연했을 텐데 말이야.
변함없이 나를 기다려주는 집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감사한 일이야. (월세도 싸서 집을 비워도 그다지 아깝지 않으니 어찌나 다행인지!) 그래도 한 구석에서 고여 나도 모르게 권태로움을 느끼고 있었나 봐. 가끔은 일상과의 권태기를 극복하기 위해 눈앞의 풍경을 좀 바꿔봐야겠어. 아무래도 집과의 권태기 신호는 청소가 영 안될 때이려나 싶네. 짐정리는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그래도 나름 즐겁게 하고 있어. 한동안 또 잘 지내봐야지!
또 편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