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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의 힘

by ACCIGRAPHY




주말 내내 친한 친구네와 놀았다.


동생벌이지만 언니 같고 오빠 같은, 그럼에도 심히 귀여운 그런 친구들인데 작년까지만 해도 넷이 놀다가 이제 다섯으로 늘었다. 그들이 귀여운 생명체를 낳은 것이다.


주말 내내 귀여워 죽는 줄 알았다.


건강하고 젊고 서로 사랑하는 세 인간이 발생시키는 귀여움이 얼마나 강렬한지 전기에너지로 돌리면 동네 하나쯤 훤히 밝힐 것 같았다. 나는 얘내들이 애기를 주렁주렁 많이 낳았으면 정말 정말 좋겠다는, 이상하고 웃긴 생각이 들었다. 낳으면 낳을수록 더 귀여운 것이 나올 것만 같았다.


주말 내내 귀여운 것들에 둘러싸여 있었더니 아침이 활기차다. 얼마 전 이혼 위기에 있는 친구네와 주말을 보낸 적이 있는데 그때는 놀고 나서 일주일 정도 앓아누웠다.


정말 신기하지. 사랑에 둘러싸인 상태의 감정은 단순히 기분이 그런 것을 넘어, 실제로 보약을 먹은 듯한 신체적 효능으로 이어지고, 반대 감정은 상한 음식을 먹은 듯한 신체 작용으로 이어진다.


활기도 우중충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나이 들수록 생기 어린것들에 더 눈이 간다. 나이 마흔에 할매같은 소린가 싶기도 하지만, 내 동생은 초딩 때부터 별명이 할매였다. 유전자적으로 할매 기질이 다분한 집안이랄까.


나는 모든 애기들을 좋아하진 않는데 이 애기는 마음에 들었다. 웃는 얼굴을 보니 따라 웃지 않을 수가 없었고 가만있는 애를 자꾸 웃기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아... 이래서 세상 모든 아빠와 엄마들이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구나... 이 귀여운 생명체의 귀여움 유지를 위해 뭐든 고사하겠구나 싶었다. 물론 그 감정은 10초 이상 지속되진 않았다. 짐작만 될 뿐이었다. 엄마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 심오하고 성스런 그 세계를 나는 알 도리가 없다.


이틀 동안 많이 웃었다. 물론 나는 평소에 세상만사 웃기게 보는 경향이 있어서 많이 웃는 편이지만 이틀간 일일 평균을 웃도는 웃음량을 기록했다.




산책하다 보면 귀여운 것들이 많다.


요즘은 걷다 보면 손가락 두 마디 길이의 새끼 도마뱀들이 많이 돌아다닌다. 이것도 귀엽고 벌새도 귀엽고 새로 돋아나는 나무 이파리들도 정말 하나같이 귀엽다. 귀여운 것들은 위대한 일을 아무렇지 않게 스윽 해내는 것 같다.




웰크(the welk)라는 지역에 있는 귀여운 리조트. 귀여운 호박잎과 그새 더 귀여워진 멜론. 허니듀가 아닌가베... 난데없이 주름이 지기 시작했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