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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운

by ACCIGRAPHY




같은 밥 먹고 사는 남편 말귀는 알아먹기 힘들다가도, 나와 다른 시공간을 살다 간 누군가의 말은 내 사정처럼 다가올 때가 있어요.


어젯밤 권연희 작가님의 글을 보다가 마음에 들어온 글귀가 있었습니다. 앙리 루소의 말을 제 말투로 바꿔서 적어봅니다.


태양과

초목과

꽃 피는 모든 것을 바라보며,


'그래, 정말이지 저 모든 것이 내 것이야!'

라고 혼잣말을 한다.



내 것이라는 게,

소유의 의미라기보다는


저런 것들을 감각하고 인지하고

누리는 존재가 다름 아닌 나다.

우리 모두 그런 ‘나‘들이다.


온 세상에 부질없는 게

하나도 없다.

다 부질 있다.


‘이거 봐봐,

얼마나 예뻐.

얼마나 부질 있어.‘

그러면서 태양과 초목과 꽃 피는 모든 것을

넋 놓고 자주 바라보거든요.


꽃도 예쁘고

꽃 보는 나도 예쁘고


그러다 보면

돌도 꽃피고 이끼도 꽃피고

하늘도 꽃피고 바람도 꽃펴요.


꽃 핀다는 촌스러운 표현 밖에

생각나지 않죠.




한결같이 깊고 맑은 샘물 같은 글을 올려 주시는 권연희 작가님께 촌스러운 시를 바칩니다. 제가 요즘 키우는 빨간무도 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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