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옆에 자던 남편 손목의 스마트 워치가
'브르르...' 떨리는 시간.
진동이 3초가 넘어가기 전에 남편은 벌떡 일어난다.
갑작스런 몸의 움직임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저게 어떻게 가능한지 아직도 의문이다.
하루는 자다가 화재 경보음이 울렸는데 남편은 1초 만에 스프링처럼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상황을 점검하고 소리를 끈 후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불과 몇 달 전의 일이다.
그때 나는 뜬금없이 남편과 사랑에 빠졌다.
일단 반응속도가 놀라웠고, 내가 위험에 처했을 때 참 잘 구해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 삶 전체가 보호받는 느낌이 들었다.
남편이 살아 숨 쉬는 수호신처럼 느껴졌다. 평소 하는 짓을 보면 수호신이 맞지 싶다. 이게 수호신이 아니면 대체 뭐가 수호신이란 말인가.
오늘도 내 수호신은 나를 먹여 살리러 새벽에 웨스트 헐리우드로 향했다.
남편이 없었다면 하고 싶지 않은 일과 하고 싶은 일의 비율을 5대 5 정도로 하고 살았겠으나 남편이 있어서 나는 하고 싶은 일만 오롯이 하고 산다.
빨리 성공해서 남편 호강시켜주고 싶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남편은 나 만난 순간 호강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긍정적 가스라이팅의 결과다.
나는 남편이 평생 저렇게 속고 살도록 잘 돌봐야 할 의무가 있다.
출근하는 남편이 짠하다.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짠하다.
#accicalli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