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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Future Writers

by ACCI Jan 11. 2023

LA에 찾아온 겨울 장마

내 일조량 돌리도


일주일 넘게 잔잔한 우울감이 지속되길래

이게 무슨 일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울할 건덕지가 없다.


원인 찾기를 그만하고 부엌으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커피를 내리며 '똑, 똑' 떨어지는 향긋한 방울을 쳐다보다,

이마를 탁 쳤다.  


일주일 넘게 해를 제대로 못 본 것이다!


그럼 그렇지.

이쯤 되니 내 몸 어디 한 구석에 태양전지가 장착된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 지경.


엊그제는

오전 느즈막히 해가 쨍하고 나오길래

'이때다!' 싶어 얼른 뛰쳐나갔으나

10분 뒤 다시 검은 하늘로 변했다.


미국 이민 와서 이런 날씨는 처음이다.




사실 이 우울감은 낯이 익다.

오로지 날씨의 변화로 인해 느껴지는

한국에 살 때 겨울에 가끔 느끼던

'우울'보다는 '차분'에 가까운

나쁘지 않은 느낌.  


평소 우울감이 잘 안 올라오는 기질이라 오랜만에 올라온 이 멜랑콜리를 이용해서 뭐라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이 놈을 벽에서 내렸다. 

뭐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작년 LAFC에서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에 사용했던 캔버스 일부. 현장의 분위기를 기억하려고 걸어두었으나 딱히 내용물은 별로라 다시 작업할 마음을 먹고 있었다. 오늘이 그날이다.




뭘 만들 생각을 하니

우울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신나면 안 돼! 오늘의 테마는 우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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