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과 헤밍웨이
나는 뉴포트 백베이(Newport Back Bay)에서 가오리랑 광어 구경하는 걸 정말 좋아해.
둘 다 납작하게 생긴 귀여운 물고기지만 가오리는 새끼라도 움직임이 쏜살같은 반면 광어는 꼬리가 뭉툭한 것이 도망가는 것도 폴폴거리면서 빨리 못 가더라고. 고프로로 가까이 찍어보고 싶어서 들이대니까 자기 잡으러 오는 줄 알고 죽어라 도망가는데 너무 느린 거야! 미쳤지? 너무 귀엽지?
그래서 아찌는 물 위에서는 최대한 자연 생물들과 만나고 싶어서 사람과의 대화는 피하는 편이야.
피하는 방법은 간단해.
어디선가 나 말고 다른 누군가의 패들링소리, 혹은 말소리가 들린다면 소리 나는 곳을 보지 말고 그저 그 소리와 멀어지는 방향으로 패들링을 하면 돼.
그 사람들이 어딨는지 확인하느라 눈을 마주쳤다간 또 대화가 시작되니까 절대 그래서는 안돼!
그저 소리에 집중하고 그 소리로 멀어지는 방향으로 살살 도망가면 되는거야. 그러라고 귀가 달려있는 거야.
그런데 말이야,
아찌가 물 위에서 대화하기 좋아하는 상대가 있는데
그건 바로 할아버지 패들러!
할아버지 패들러들은 정말 최고야. 너무 멋져.
이 할아버지들은 젊은 시절엔 거친 파도를 타는 서핑을 주로 하다가 나이가 들어서 패들보드로 전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패들링 하는 자세가 정말 우아해. 나는 또 우아한거 못 참으니까. 그분들은 다가오도록 놔두는거지. 그런 할아버지들은 대부분 대화 스타일이 간결하고 뭔가 배울 점이 많아.
나는 패들을 물에 찍었다가 뒤로 뺄 때 내가 어떻게 빼는지 모르고 해 왔는데, 하루는 정말 근사하게 생긴 할아버지가 다가와서 뺄 때도 찍을 때만큼이나 마찰이 없어야 된다고 상세하게 가르쳐 주셨어.
스몰토크는 싫어하지만 우아하게 늙은 할아버지가 이런 말을 건네 오면 너무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