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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Aug 30. 2022

엄마, 나 미국 의사 됐다!

해외 의대에서 미국 의사까지의 긴 여정

3.14일, 매치 데이 (Match Day)였다.

수만 명의 의대생 또는 의대 졸업생들이 미국의 레지던시(수련의)에 합격하였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미국 시간으로는 아침 9시, 즉 한국 시간으로는 밤 10시에 결과가 발표될 것이었다.


실은 그날, 하루 종일 좋은 징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샤워하다가 뜬금없이 뜨거운 물이 안 나와 샴푸를 머리에 뒤집어쓴 채 어쩔 줄 몰라하기도 했고

나가기 전 급하게 강아지 산책을 시키려다 미처 끝내지 못한 커피를 쏟아 바닥을 한참 닦기도 했고

며칠 전부터 날씨가 우중충 하더니 기어코 그날은 비까지 내렸다.


평소 같았더라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겠지만, 결과 발표날에 이런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니 마치 내 참담한 결과를 예고하는 징조들 같았다.

"만약에.."라는 질문조차 스스로에게 던지기가 무서웠다. 

매칭이 안되었을 경우에 나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의대 졸업생으로서 백수 생활을 더 이어가야만 했다.

친구들에겐 스스럼 떨며 미국 말고 다른 나라에서 레지던시를 하면 된다고 떵떵거렸지만, 그런 거짓말은 스스로도 믿지 않았다. 


3시간... 2시간... 1시간... 30분...

무슨 짓을 해도 1분 1분이 참 더디게 흘러갔다. 

차라리 잠이라도 들 수 있으려면 좋으려 만, 자명종처럼 시끄럽게 날뛰는 심장 덕에 가만히 누워있는 게 더 고역이었다. 


5분.... 3분... 2... 어?


미리 열어둔 이메일 사이트에서 갑자기 새로운 메일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2022 Main Residency Match Results"

2분이나 이른 시간에, 난 결과 이메일을 받게 되었다.


어째서?

당황한 마음에 남자 친구에게 연락을 넣었다.

"나 벌써 메일이 왔는데? 넌 연락 왔어?"

"아니, 난 아직인데? 얼른 확인해봐!"


왜 나는 2분씩이나 이메일을 일찍 받게 된 거지?

일률적으로 지원자들이 한꺼번에 다 받는 결과 발표가 아니었나?

아니면 혹시... 불합격자들은 메일이 먼저 나가나?


잠시 심호흡을 하고, 다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다독였다.

합격이어도 괜찮고, 

불합격이면 바로 괜찮진야 않겠지만, 괜찮아질 것이다.

그 어떤 결과라도 감당할 자신이 있다 되뇌며 메일을 클릭했다. 



Congratulations, you have matched!



웃음이 나왔다.

기뻐서의 웃음보다, 안도의 웃음이.


엄마에게 달려가 씩 웃으며 "나 매칭 되었어"라고 하니 엄마는 어린 소녀처럼 양손을 꽉 쥐고 볼에 갖다 댔다.

이미 잠든 아빠의 방문을 열어 "아빠, 나 매칭 됐어!"라고 하니 아빠는 침대에서 뛰어내리다시피 하여 내게 달려와 엄마와 나를 감싸 안았다. 아빠는 무척이나 기쁘셨는지 내 볼과 엄마의 볼에 뽀뽀까지 하셨다. 아마 초등학교 이후로는 처음이 아닌가 싶었다.

들뜬 마음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나서, 남자 친구도 무사히 매칭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 둘은, 미국 전공의의 길에 올라서게 되었다. 

이제 드디어, 나는 의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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