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첫 휴가를 받았다
"당연히 한국 들어와야지."
내게 주어진 휴가 기간은 딱 일주일이었다.
일주일 동안 뭘 해야 할까 부모님께 물어보니 아빠는 내가 무척이나 보고 싶으셨는지 바로 한국에 들어오라 하셨다. 공항에서만 이틀을 보내고, 시차 적응을 하느라 또 이틀을 잠만 자며 보낼 텐데 한국에 가는 게 정말 맞나 싶어 비행기표 예약을 미루고 또 미뤘다.
그렇게 한참이나 고민을 한 뒤에 결국엔 한국에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차피 미국에 남아있어 봤자 소파에 드러누워 티비만 주야장천 볼 게 뻔했으므로 마일리지를 끌어모아 왕복 항공권을 예약했다. 차액까지 다 결제를 하고 항공권을 이메일로 받고 나서야 내가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실감이 들었다.
5개월 만의 귀국이었다.
돌아오자마자 뭘 했냐면, 변호사 시험공부하는 중학교 동창과 만나 같이 카페에서 공부를 했다.
어렸을 때에는 공부하는 게 지독하게도 싫었는데, 서른이 다 된 지금은 책상 앞에 앉는 게 마음이 더 편하다.
같은 공부를 하더라도 병원 도서관이 아닌 한국의 감성 카페에서 카공을 한다는 것만으로 이미 본전은 뽑은 기분이었다. 미국에서는 먹어보지도 못할 맛있는 디저트를 앞에 두고 친구와 수다를 떨며 커피를 마시는데, $1.99 병원 커피가 아닌 5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시니 몸과 마음이 다 풍족해지는 기분이었다.
그 외에도 소중한 순간들이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5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변화를 거쳤다.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결혼을 하고, 이직을 준비하고, 미국 영주권을 얻는 둥 각자 큰 전환점을 맞이해 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해가고 있었다. 그걸 옆에서 같이 지켜보질 못한 게 그저 아쉬울 따름이었지만, 이렇게라도 늦게나마 근황을 들으며 직접 축하해줄 수 있어 한국에 오길 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바쁘고 알차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나니 어느새 다시 출국 날짜가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아쉬운 마음 가득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니 내가 마냥 한국에 남고 싶다 어리광 부릴 수는 없겠구나 싶었다.
내년의 2주 휴가가 다가올 즈음엔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더 좋은 의사로 성장해서 돌아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