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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익명 Jan 19. 2018

팀원들의 달란트를 발견하다!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관찰일기 1화

팀 NOB(None Of your Business)의 쩌리들 : J(나, 영상), Y(기자), H(디자인), M(개발)


"헐! 우리 다음세대재단이랑 같이 하나 봐요! 으어어어.."라는 외마디 비명(?)으로 시작된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시작한 지 벌써 보름이 넘었다. 다음세대재단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처음 접해서 우리 모두 적잖이 당황했었다.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도, 비영리 단체도 처음이야!!!'


프로젝트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 팀원들에 대한 나의 애정이 폭발하기 때문에 먼저 관찰 일기를 써본다.


구글 뉴스랩 초반에 어떤 분이 나에게 그랬다. '회의에서 팀원 모두가 합의하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그때는 가능할 거 같다고 대답은 했지만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 나는 이런 점 때문에 가능하다고 느낀다.



1-1. 우리 팀은 리더가 없다.

이쪽으로, 저쪽으로 빠지다가도 결국 옳은 길을 찾아낸다. 삼천포로 빠지는 시간은 합의를 도출해내기 위한 추진력이었다!

리더가 없다는 것은 중심을 잡아줄 사람이 없다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우리에게 리더는 없어도 각자 가지고 있는 리더의 기질은 있다. (1-2에서 설명) 이 네 개가 모여 하나의 팀워크가 완성된다. 즉, 모두가 리더라는 진부한 얘기다.


완벽한 사람이 없듯 완벽한 리더도 없다. 분명 리더가 팀원들 마음을 자세하게 헤아리지 못하는 부분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 부분에서 팀의 불화가 싹트게 된다. 하지만 리더의 부재는 불만이 있으면 누구든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그 결과 회의에서 핵심주제를 벗어날 때마다 마치 짠 것처럼 네 명이 돌아가며 잘못된 부분을 짚어내고 가야 하는 길로 돌려놓는 현상이 발생했다. 솔직히 신기하다...


이런 환경에서 발견한 우리 팀원들의 리더 기질은 다양하고 매력적이다. 반전 있는 사람들.  


1-2. 반전 매력 NOB팀을 소개합니다.

먼저 M님은 상당히 조용하고, 표정이 없는 편이다. 처음 봤을 때 뭔가 개발자 스테레오 타입에 딱 맞는 사람처럼 보였달까. 희로애락이 모두 한 표정으로 나타난다.(ㅋㅋ) 처음에는 뭔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인 줄 알았는데 그저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다(?). (이제 우리 팀원들은 M님 표정 번역기가 되었다!) 사실 조용하고 표정이 없는 사람을 보면, 아 저 사람은 리더 타입은 아니구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M님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그것도 하루 종일) 우리 팀 주제에 대해 생각하며, 조사하고, 정리한다. 단순히 개발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않는다. M님은 미디어 아트에 관심이 많고 심지어 전시도 하는 작가님이라 항간에는 구뉴랩의 백남준이라고 불린다. 난 M님의 이 부분이 너무 신기했다. 사진 찍히는 것도 싫어하고 본인을 나타내는데 익숙지 않아 보이는데, 어떻게 본인의 생각을 표출하는 예술을 할 수 있지?! 가장 반전이 큰 사람이었다. 대단..bb


처음 본 H님은 낯을 많이 가리는 듯했다.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이 익숙하진 않지만, 누군가 말을 걸면 너무 잘 웃어주고 이야기해준다. 그래서인지 H님이 소극적인 성격일 거라 생각했다. 역시 스테레오 타입은 스테레오 타입이다. H님을 본 지 3일째 되던 날, 우리 팀은 가위바위보로 발표자를 정했는데 H님이 당첨됐었다. 그때 사실 속으로 '너무 부담스러워하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해 "발표하다 토할 것 같으시면 안 하셔도 돼요^^ 가위바위보 다시 하면 되죠!"라며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건넸었다. 걱정도 잠시, 3일 동안 들은 H님의 목소리 중 가장 큰 목소리로 전체적인 내용을 잘 요약해서 발표하는 모습을 보고 기뻤다! 감동쓰. H님은 이렇게 저렇게 흘러가는 회의 속에서 조용하다가도 뙇!하고 핵심을 짚어내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H님은 H님처럼 귀여운 걸 일러스트로 척척 만든다. 가끔 팀원들 모두를 빵빵 터지게 하는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의도한 것 같진 않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Y님은 회의를 할 때마다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퐁퐁 쏟아내며 가끔 날 놀라게 한다. 무엇보다 정보력이 엄청나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그런 거! 본 적 있죠?' 하면 '아, 네 알아요.'로 마무리된다. 딱히 무슨 설명을 동원할 필요가 없다. 척하면 척이다. 좀 놀라웠던 건, 그 나잇대(??? 꼰대 발언 주의)에서 찾아볼 수 없는 관찰력이다. 'Y님 나이 때 난 뭐했지'라고 돌아보게 만드는 사람이다. 회의 중간중간 정리도 척척 해낸다. 관찰력이 뛰어나서일까? 다른 사람이 놓치는 부분을 다시 짚어주고, 확인한다. 정보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자신의 감을 믿으며 '이건 이래야 해요.'라고 고집하는 경우가 있는데, Y님은 팀원 모두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알면서도 적당히 자신의 의견도 고집할 줄 안다. 그 선을 잘 아는 사람인 것 같다. Y님의 이런 특징은 나쁜 게 아니다. 회의가 수월하게 진행되는데 도움을 준다. 똑똑한 Y님.


2. 기획은 다 같이, 하지만 전문적인 부분은 전문가(?)를 존중한다.

나는 기자든, 영상러든, 디자이너든, 개발자든 간에 네 명 모두가 '해보고 싶은' 기획이어야 좋은 콘텐츠가 나온다고 믿는다. 우리 팀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기획회의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같이 합의하지 않는 지점은,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거 가능할까요'라는 말이 그렇게 조심스러울 수가 없다. 서로가 서로를 모르기에, 더 조심스럽다. 그래도 할 건 한다. 끝까지 추궁한다. 가능한지 안 한 지. 결국 얼마 전 M님은 할 수 없는 것들을 실토했다. ㅋㅋㅋㅋ '전 이거 안돼요.'라고 말하면 '왜 안돼요! 해줘요!'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다들 너무 착해 ㅠㅠ..)


3. 상대방이 낸 의견이 싫으면 대안을 가져와야 한다.

각자 의견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무언가 아니라고 생각할 때는 대안을 가져오거나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팀원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팀원들 모두가 납득할 수 있으면 그 의견은 철회된다.


4. 나쁜 아이디어는 없다. 발전시킬 아이디어만 있을 뿐!

세상에 나쁜 아이디어는 없다!

'좀 별로인 것 같아요.'라고 느낌으로 대충 뭉뚱그려 부정적으로 말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아이디어를 낸 이유를 생각해본다. 더 발전시킬만한 여지가 있는지 함께 이야기한다.


5. 발표는 돌아가면서.

매 주 발표자를 정하기 위해 가위바위보 할 때 마다 해적룰렛 하는 느낌..

우린 발표자를 미리 정해놓지 않기로 했다. 팀원들의 전체적인 프로젝트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또 이 부분에서 특히 팀원들의 포텐셜이 폭발한다고 생각한다. 다 같이 발표능력 키우기에도 좋은 것 같다.



내가 우리 팀의 합이 잘 맞는다고 느낀 이유는, 생각보다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이 엄청 어렵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마다 우리 팀원 중 누군가 동의하지 않는 부분을 깔아 뭉개고 넘어가는 것처럼 느껴져 불만이 있으면 제발 좀 얘기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런데 다들 괜찮다는 거다. 도대체 왜그럴까, 진짜 괜찮은걸까. 그 이유를 찾고 싶었다.


처음에는 '우리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라 합이 잘 맞는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디테일한 부분까지 더블 체크하고,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게선 꼭 이유를 듣고 이야기해보는 팀 내 분위기가 팀워크에 크게 작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 내리기 조심스러움) 이런 팀 문화가 결론까지 이르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서로의 의견이 어떤지 계속해서 체크하고 합의에 이르렀기 때문에, 중간에 파격적으로 큰 틀을 수정할 필요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결론 내리기 조심스러움) 사소한 부분을 계속해서 수정해나가면 된다. (사실 지금도 그러고 있다. 우리 주제가 워낙 복잡하고 다루기 힘든 주제이기도 하고, 우리 조차도 공부가 덜 되어있어서 그런 것 같다. 우린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다짐하며 오늘도 또 한 번 서로를 위로했다. ㅠㅠ)


이 글을 마치며 개인적인 나의 바람은 구글 뉴스랩 끝날 때까지 소듕한 팀원들과 말을 놓지 않는 것이다. 쌍방향으로 말을 놓더라도 언니, 오빠, 형, 누나라고 부르는 순간 암묵적인 수직관계가 형성되는 것 같아서다. (아닐 수도 있지만 노파심에 하는 말이다.) 우리의 콘텐츠가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모르겠지만, 난 이런 매력적인 팀 문화를 경험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벌써부터...?!) 앞으로 우리 팀이 겪은 혼돈의 나날들을 브런치로 연재할 예정이다. (이것도 팀원들 다 같이 하기로 했음. Y님이 주로 쓸 것 같지만!) 많은 분들이 우리와 함께 '다름을 존중하는 법'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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