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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Feb 01. 2019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 추천변들2

최항석과 부기몬스터 & 자우림

블루스는 진지한 음악이 아니다. 블루스는 할 말 하고 즐길 거 즐길 줄 아는 자유의 음악, 농담의 음악이다. 느려도 그루브가 살아있고 나른한 연주에는 찰나의 번뜩임이 심줄처럼 박여있다. 최항석은 이 곡에서 행복하려면 뚱뚱해지라고 말한다. 심지어 뚱뚱해져야 부자가 된단다. 기타 톤과 연주에서 이미 고백하고 있는 ‘비비 킹 할아버지’까지 끌고 와 그는 ‘뚱뚱 예찬’으로 6분 13초간 너스레를 떤다. 언뜻 들으면 그냥 웃긴 곡 같지만 기타, 베이스, 키보드, 올겐, 드럼, 코러스가 빚어내는 짱짱한 일렉트릭 블루스 사운드는 이 곡을 마냥 웃고만 넘길 수 없게 만든다. 그것만큼은 ‘진지’하다. 진지한 감상, 자유로운 연주. 블루스는 이상한 음악이다.



이 작품엔 ‘자우림의 모든 걸 담은 앨범’이라는 말보다 ‘자우림이 잘하는 것들을 담은 앨범’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자우림은 전성기의 피카소가 그린 선 하나가 가진 의미, 비틀즈를 떠난 존 레논이 음 하나에 녹일 수 있었던 내공을 그대로 자신들 것으로 만들고 비틀어 펼쳐보였다. 데뷔 20주년의 셀프타이틀이 전할 법한 부담감은 차라리 마음 편하게 음악에 맞서버린 밴드의 차분함 앞에서 설 자릴 잃은 것이다. 이것이 자우림만의 해학, 자우림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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