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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Aug 12. 2019

13년 만에 돌아온 90년대 킹 크림슨

Tool 'Fear Inoculum'


대한민국에서 툴이라는 밴드는 인기가 없다. 한국에서 툴은 "어렵고 까다롭지만 들어두어야 할 밴드" 정도로만 여기지, 그 이름이 록팬들 사이에서 주류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2006년 8월 15일 메탈리카 내한공연 오프닝 무대에 오른 툴에게 날린 수 많은 한국인들의 야유를 나는 아직 기억한다.


툴의 영역은 성스럽다. 툴은 듣는 사람만 듣는 밴드이고, 들어야 될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밴드이다. 툴을 듣는 사람들에게 툴은 각별하다. 한국에서 툴은 오랜 기간 소수 사람들에게 과잉보호 됐고, 그래서 툴의 음악은 감상하는 이들에게 어떤 특권 의식마저 갖도록 했다. 몰라도 알아야 하는 특별한 가치가 툴의 음악, 구체적으로는 툴의 사운드와 연주에는 있다. 무명이면서 특별한 밴드. 툴의 모순은 한국에선 곧 그들의 정체성과 같았다.


얼마 전 13년 만에 툴의 신곡이 발표됐을 때 나는 유투의 첫 내한공연이 성사되고 한국 록팬들이 보인 반응을 다시 볼 수 있었다. 평소 별 관심은 없었는데 남들이 세계적이라고 하니, 이 밴드를 듣지 않으면 수준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져 그들은 유투의 고척행에 들었던 쌍수를 툴의 신곡에도 기꺼이 할애했다. 툴을 향한 무의식적 무관심이 집단의 의식적 관심으로 돌변하는 광경은 괴이했다.


어쨌든 툴은 '진짜 팬'과 '가짜 팬'을 가리려기라도 하는 듯 10분 23초라는 무자비한 러닝타임을 가진 신곡 'Fear Inoculum'을 [10,000 Days] 이후 처음으로 세계 록팬들의 고막에 투척했다. 투척된 곡은 툴 음악의 장점과 색깔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복잡한 구성, 단단한 연주, 그리고 매끈한 톤. 과거 킹 크림슨과 러쉬가 멜빈스와 반죽돼 제인스 에딕션이라는 오븐에 구워진 것라 여겼던 바로 그 음악 쿠키였다.


종교 의식같은 신경질적 쇳소리에 이은 중동풍 타악 리듬. 55세임에도 13년 공백을 말끔히 도려내는 메이너드 제임스 키넌의 목소리가 번져나오고, 대니 캐리의 울창한 리듬 숲 저변에서 근엄하고 음산한 분위기만 만들어내던 아담 존스의 기타가 8분대에 이르러 비로소 파열한다. 그렇게 10분이 지나고 이제야 뭔가를 들려주려 할 때쯤 그러나 곡은 끝나버린다. 툴은 여전히 난해하고 아직도 비타협적이다.


이 긴 싱글을 이해하려는 음악팬들이 한국엔 적다. 그럼에도 13년만 툴의 복귀는 장르 팬들 사이에선 반드시 다뤄져야만 하는, 또는 다뤄질 수 밖에 없는 2019년 가장 강렬한 록 이슈다. 누군가에겐 흥건한 감동을 줬을 테고 또 다른 이에겐 너절한 겉멋에 머물렀을 툴의 신곡. 우리를 사로잡았던 그 옛날 [Ænima]와 [Lateralus]의 감동이 과연 십 수 년만에 재현될지. 18일 뒤면 알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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